[손에 잡히는 책] 길거리부터 감옥까지… 17인 주방장의 레시피

입력 2013-12-27 01:30


날 것의 인생 매혹의 요리사/후안 모레노(반비·2만원)

요리사들을 인터뷰한 책이라면 당연히 그들만의 요리 비법을 담은 레시피를 기대하리라. 그런데 그 인터뷰 대상이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쳤던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의 전속 주방장, 미국 텍사스 교도소에서 200여명의 사형수들에게 마지막 음식을 만들어 주었던 셰프, 시위 현장만 따라다니며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라면? 레시피보다는 그들의 사연이 더 궁금해질 터이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기자인 저자는 길거리부터 감옥까지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주방의 주인장 17명을 인터뷰해 좀 별나 보이는 요리사로서의 삶과 소신을 소개한다. 아민을 위해 요리했던 오톤데 오데라는 “맹세하건대 우리 냉장고에 인육은 결코 없었다”고 한다. 1991년부터 10여년 간 텍사스 교도소에서 요리를 했던 브라이언 프라이스는 사형수들이 가장 많이 주문하는 음식은 감자튀김과 초콜릿 케이크를 곁들인 치즈버거라고 들려준다. 사회학 박사이자 심리학 박사인 독일인 밤 카트가 시위자들을 위해 요리에 나선 건 배고픈 혁명은 실패할 것이라고 본 때문이다.

요리사 이야기마다 레시피 1개가 소개된다. 예컨대 밤 카트의 요리 메뉴는 감자 퓌레와 샐러드. 요리 이름은 ‘연좌 농성’인데, 재료가 100인분 기준이다. 장혜경 옮김.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