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수입 쌀 홍수 속에 우리 쌀 지키기, 허수아비 父子가 할 수 있을까요?

입력 2013-12-27 01:30


바람으로 남은 엄마/박상률/휴먼어린이

추수가 끝난 빈 들판에 외롭게 서 있는 허수아비와 허수아들. 허수아비는 주인인 늘멍이 아버지가 그 많은 벼를 지켜 준 자기들만 남기고 떠난 게 서운하다. 그런 허수아비에게 바람은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전한다. 벼들은 빨리 서울로, 부산으로 보내주기를 바라지만 외국에서 들어온 쌀이 도시 이곳저곳을 설치고 다녀서 시골 출신 벼들은 갈 곳이 없게 됐다는 것. 그래서 창고에서 쥐 좋은 일만 시키고 있다고.

허수아비는 ‘주인들이 쌀을 팔지 못해 빚더미에 올라앉겠다’는 생각에 한숨을 쉰다. 바람은 “마을사람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이런 사정을 알리기 위해 오늘 아침 벼들을 데리고 장터에 모이기로 했다”고 들려준다.

동산 위로 아침 해가 세 뼘쯤 올라오자 마을은 시끌벅적해진다. 늘멍이 아버지는 허수아비와 허수아들을 논바닥에서 안아 올리곤 가을도 아닌데 새 옷을 입힌다. 그 옷에는 글들이 쓰여 있었다. ‘우리 쌀 놔두고 남의 쌀이 웬 말이냐! 밥 한 공기에 껌 한 통 값이라니! 하루 세끼 밥값이 커피 한 잔 값이라니! 쥐나 먹으라고 농사짓지 않았다!’

새 옷을 입은 허수아비와 허수아들은 볏가마니들과 함께 경운기를 타고 장터로 갔다. 장터에는 벌써 다른 마을에서 온 허수아비들이 자기 마을의 볏가마니들을 지키고 있다. 늘멍이네 마을사람들도 볏가마니를 데러놓고 허수아비들을 세워 놓은 채 돌아갔다. 넥타이를 맨 아저씨들이 몰려와 볏가마니와 허수아비 가슴과 등에 쓰인 글씨만 바라보다가 돌아갔다. 그해 겨울 허수아비들과 허수아들들만 반쯤 얼은 몸으로 벼를 지켰다.

이 책에는 ‘허수아비와 허수아들’ 외에도 표제작인 ‘바람으로 남은 엄마’ 등 모두 6편이 실려 있다. 저자는 이 동화들은 쌀로 대표되는 공동체적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지금 가족·마을·국가 등 이 땅의 모든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런 저자의 마음을 담은 이 동화들은 아이 혼자 읽기는 조금은 버겁다. 어른이 함께 읽으면서 같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눠 보자. 어떻게 하면 수입쌀로부터 우리 쌀을 지켜낼 수 있을까 등이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