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광고업계 ‘갑의 횡포’ 막는 표준계약서 개정… “광고제작사에 비용 떠넘기기 원천 차단”

입력 2013-12-26 01:34

대형 광고대행사인 A사는 모 화장품 광고에 여자 아이돌 그룹을 쓰기로 결정했다. A사는 광고제작사인 B사에 광고제작 하도급을 주면서 아이돌 그룹 모델의 스타일리스트 등 보조 인력들의 1인당 일당 300만원까지 덤으로 부담케 했다.

전자제품 광고제작에 앞서 광고 대행사 C사는 광고제작사 D, E, F사에게 경쟁을 붙였다. 최종적으로 D사가 결정됐지만 E와 F사는 광고가 방영된 후에야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도용된 것을 알았다.

광고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불공정한 갑을(甲乙) 관계 개선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공정위는 25일 광고주-광고대행사-광고제작사 간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광고업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전면 개정해 26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광고제작은 광고주가 광고대행사에 제작을 의뢰하고 대행사는 영상물 제작을 비롯해 모델 섭외, 장비대여, 전시·행사 등과 관련한 다양한 작업을 중소 협력업체에 다시 위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 광고 산업이 크게 성장했지만 불공정하도급 관행으로 을의 처지인 광고제작사의 영업난은 계속돼 왔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 실태조사 결과 하도급법 규정대로 용역수행을 시작하기 전 원사업자가 계약금액이 명기된 계약서를 교부한 사례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광고업계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이 다른 업종보다 심각했다.

이에 따라 개정된 표준하도급계약서는 우선 의상료 등 모델 관련 경비, 촬영소품 보관료 등 광고제작에 부수적으로 소요되는 별도 경비는 하청업체에 떠넘기지 말고 원칙적으로 하청을 준 광고대행사가 부담토록 했다.

계약체결도 하지 않은 채 프레젠테이션 과정에서 나온 광고 시안이나 기획안을 멋대로 도용하는 일을 막기 위해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하청업체의 기획안이나 시안은 광고대행사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했다. 또 하청업체의 자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약금액이 2000만원 이상일 경우 광고대행사는 계약금액의 10%를 먼저 지급하도록 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