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민영화에 갇힌 한국] 선진국들, 경쟁 도입 뒤 흑자 전환… 안전·요금 등 후유증도
입력 2013-12-26 01:34 수정 2013-12-26 03:37
해외 주요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철도 독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드물다. 경쟁체제나 민영화 등의 방식으로 회사별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이 중 대다수 국가는 경쟁체제 도입 후 적자가 흑자로 전환되는 등 경영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후유증이 생긴 나라도 일부 있었지만 일단은 경쟁체제가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 최소한의 시도는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독일 스웨덴 등 경쟁체제 도입 뒤 흑자 전환=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철도산업 발전방안’ 발표 시 모델로 참고했던 독일의 경우 공기업인 DBAG(독일철도주식회사·Deutsche Bahn AG)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다수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직속 자회사 5곳과 운영부문 중간지주회사 산하에 여객·화물·서비스 분야 등 6개 자회사를 운영 중이다. 국토교통부 설명에 따르면 DBAG는 경쟁체제 도입 전인 1994년에는 29억9800만 유로의 적자를 봤지만, 경쟁체제 도입 이후인 2010년에는 18억8600만 유로 흑자로 돌아섰다.
또 다른 철도 선진국인 일본은 민영화를 도입해 비교적 성공적으로 철도를 개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9년에 설립된 일본 국철은 64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선 후 적자 구조를 면치 못했다. 80년대 들어 매년 1조엔 이상 적자가 쌓이던 일본은 85년 7월 국철재건감리위원회가 ‘국철개혁에 관한 의견’을 총리에 제출하면서 87년 4월에 분할·민영화됐다. 여객철도 부문에서 혼슈(本州) 3개사를 비롯해 모두 6개사로 분할하고 화물 부문은 한 개 회사로 별도로 뒀다.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민영화 전 5년간 평균 여객 수송량 증가율이 연평균 0.6%에 그쳤지만 민영화 후 7년간 연평균 3.4%씩 증가했다. 경영상황 역시 좋아져 86년까지 국철의 누적 부채는 37조1000억엔이었으나 87년 이후 7개사를 합칠 경우 흑자 구조로 돌아섰다.
이 밖에 스웨덴 역시 SJ(철도공사)를 6개 회사로 분리하는 등 구조 변화를 통해 90년부터 2010년까지 여객 수송량을 64% 증가시키고 2003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섰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오스트리아도 국영기업 독점 구조에서 빈∼잘츠부르크 구간을 민간철도회사에 매각한 후 민간철도가 요금을 절반으로 낮추기도 했다.
◇민영화 후유증과 안전문제는 과제=민영화 과정에서 후유증이 일면 나타난 경우도 있다. 일본의 경우 여객 수요가 많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회사들 간의 격차가 큰 편이다. 일본은 민영화 초기부터 경영 상태가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 JR홋카이도, JR시코쿠, JR규슈 3사에 대해 경영안정기금 1조2700억엔을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하지만 JR홋카이도의 경우 지난 3월 발표한 경영실적에서 309억3600만엔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반면 도쿄 등 대도시를 기반으로 한 JR히가시니혼은 3975억6200만엔을 영업이익으로 올려 대조를 이뤘다. JR홋카이도는 지난 9월 탈선 사고가 발생해 국토교통성의 특별보안감사를 받는 등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또 93년 민영화법이 통과돼 민영화한 영국은 수송량 등에서는 민영화 이전보다 나아진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안전이나 요금에서 승객들의 우려가 커진 경우다. 영국은 민영화 당시 선로 등 기반 시설의 소유 관리를 맡을 레일트랙(Railtrack)을 설립해 운영했다. 하지만 2000년 10월 하트필드 열차 전복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레일트랙은 2001년 결국 파산해 2002년부터는 공공기관인 네트워크레일로 재공영화했다. 철도 요금 역시 통근 열차 비용 가격을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가격 상승이 어느 정도 제한됐지만 간선 요금이 큰 폭으로 올라 유럽에서 철도 요금이 높기로 악명을 떨쳤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