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마을 장애인들 ‘해피 크리스마스’
입력 2013-12-26 01:48
지난 24일 인천 옹진군 영흥도의 장애인 생활시설 ‘해피타운’. 대학생 5명이 아이돌그룹 ‘크레용팝’의 노래 ‘빠빠빠’를 부르며 신나게 춤을 추자 방 안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2008년 12월 문을 연 해피타운은 가족이 없거나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애인 39명이 사회적응 훈련과 치료를 받으며 모여 사는 생활시설이다. 이곳의 장애인들은 대부분 1·2급의 중증 장애를 갖고 있다. 20여명의 사회복지사 및 물리치료사를 제외하고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늘 적막한 곳이다.
성탄절 이브인 이날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즐기는 대신 외딴 섬마을을 찾은 이들은 연세대 학생들이다.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산하 자원봉사센터가 이달 초 학교 인터넷 포털에 참가자 모집글을 올리자 이틀 만에 마감됐다. 학생들은 지난주 치러진 기말고사 기간에도 시간을 쪼개 행사 준비에 열을 올렸다.
이어진 연극 무대에서는 해피타운의 장애인들도 직접 준비한 핸드벨 공연과 차력, 탈춤 무대를 선보였다. 공연이 끝난 뒤 학생들은 자원봉사센터에서 성금으로 마련한 만찬을 장애인들에게 직접 나눠줬다.
‘빠빠빠’를 부른 이환비(20·정치외교학과 2학년)씨는 “예전에도 봉사 활동을 했었지만 소외된 이웃이 더 외로울 수 있는 날에 봉사활동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며 “경쟁이 치열해 겨우 참가 신청에 성공했다”고 25일 말했다.
정광순 연세대 자원봉사센터 차장은 “영흥도 해피타운은 섬에 있어서 이런 날에는 찾는 사람이 더 드물다”며 “크리스마스 전날이어서 지원자가 적을 줄 알았는데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학생들이 많아 흐뭇하다”며 활짝 웃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