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지도부 조계사 은신… 경찰, 주변 에워싸고 검문 강화
입력 2013-12-26 01:34 수정 2013-12-26 03:43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 은신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등 철도노조 지도부가 정부와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찰은 그러나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조계사 주변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조계사 측이 당분간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성탄절 아침부터 조계사 인근에서는 일촉즉발의 대치가 벌어졌다.
박 부위원장은 25일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국으로 치닫는 철도민영화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면서 “온 국민이 대화에 나서라고 해도 귀 막고 있는 정부에 대해 종교계 어른들이 나서서 중재해 달라는 간곡한 심정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노총까지 침탈당한 상황에서 갈 곳이 이곳밖에 없었다”며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도 곧 아무 조건 없이 공개된 장소에서 대화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핵심 지도부가 일시에 검거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 박 부위원장이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 박 부위원장 등은 극락전 2층에서 외부에서 조달되는 음식으로 식사를 하면서 용변은 용기 등을 통해 처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노조는 일단 대화 제스처를 취했으나 향후 투쟁 일정도 예고하며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철도노조는 26일 민주노총 주최로 전국에서 지역별 규탄집회를, 28일 오후에는 광화문에서 100만 시민 참가를 목표로 대규모 집회를 연다.
경찰은 전날 1개 중대 규모였던 병력을 밤새 3개 중대 250여명으로 늘려 조계사를 에워쌌다. 박 부위원장은 경찰이 1계급 특진을 내걸고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는 인물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계사가 종교시설인 만큼 들어갈 수는 없고 (철도노조 지도부가) 나오면 잡을 것”이라며 “다른 수배자들도 조속히 검거할 예정”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후 2시쯤에는 극락전 주변에 사복경찰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들어와 노조 측 관계자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일반 시민이라고 주장했으나 몸싸움 도중 허리에 수갑이 드러나면서 경찰로 지목되자 도주하다시피 현장을 빠져나왔다. 조계종 관계자는 “노동자들을 강제로 쫓아낼 수는 없다. 사회 문제에 중재 역할을 하는 종단의 화쟁위원회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전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