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라이프 2013 보도, 그 후] (상) 다시 찾은 ‘생명’ 등

입력 2013-12-25 17:43 수정 2013-12-26 01:34


캄보디아서 순교한 방효원 선교사 부부 다은·다정 자매 “한국교회가 새 아빠 엄마”

올 한해도 ‘복음 실은’ 국민일보 미션라이프는 교회와 성도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복음의 빛으로 세상을 조명했다. 지난 1년 동안 본보 지면에 등장했던 이들의 뒷이야기와 독자의 목소리를 3회에 걸쳐 전한다.

“다정아, ‘하나님, 맛있는 간식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언니 따라해 봐.”

세 살인 다정이는 두 손을 곱게 모은 채 열한 살인 언니 다은이를 쳐다보며 또박또박 기도를 따라했다. 지난 17일 오후 경남 거창군 거창읍 가지리에서 만난 자매는 밝아보였다.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충격적인 사고를 당해 병상에 누워 있던 그들이었다.

2013년 이들 자매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대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6월 중순 캄보디아 선교사로 파송 받은 부모 방효원·김윤숙 선교사 등 가족 6명이 사역지로 향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부모와 두 자녀 등 4명이 하늘나라로 떠나고 큰딸과 막내만 살아남았다. 본보의 첫 보도(6월 20일자 29면) 이후 다은·다정이를 향한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 국내외 선교사들의 온정은 그들을 일으켜 세운 버팀목이 됐다.

다은이는 지난 6개월의 시간을 마디마디 기억한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가족과 함께 씨엠립으로 가는 자동차 안과 씨엠립의 한 병원,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일산의 큰이모 집, 그리고 지난 10월 말 내려온 거창의 막내이모 집. 다은이는 “우리가 순간 이동을 했나 봐요”라며 애써 웃었다.

사고로 왼팔을 잃은 다은이는 의수(義手)를 준비 중이다. 우려했던 고관절 골절 수술은 성공적이어서 뛰어다닐 정도가 됐다. 사고 충격으로 병원에서 말을 잃었던 다정이도 수다쟁이가 될 만큼 회복됐다.

다은이는 내년 신학기에 이모 집 옆 초등학교(5학년 과정)로 전학할 예정으로, 학원에서 미술·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다정이는 요즘 발레를 배우는 데 푹 빠져 있다.

1남1녀를 키우다 갑자기 1남3녀의 ‘엄마’가 된 막내이모 김준숙(45) 집사는 “매일 매일 정신없이 지내고 있지만 언니가 내게 맡겨준 귀중한 보물들이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며 “얘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제 꿈을 펼치고 살았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전했다.

하늘나라로 떠난 가족을 향한 마음을 자매는 어떻게 추스르고 있을까. 다은이는 귀국 후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을 당시부터 곁을 떠난 엄마 아버지와 두 동생들에 대한 상황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고 김 집사는 말했다.

지난 9월 추석 연휴 때였다. 가족들의 유골 일부가 안치된 경기도 고양 청아공원 추모관에 들어서는데, 다정이가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 엄마 아빠는?”

다은이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어어어기 위에….” 다정이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자매는 냉장고를 열 때마다 문에 붙은 여섯 식구의 가족사진을 보며 차츰 헤어짐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거창=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