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성공 EPL파… “독일서는 잘 나가네”
입력 2013-12-26 01:31
유럽 축구가 반환점을 넘어섰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박싱데이(Boxing Day·12월 26일)’는 시즌 후반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대부분 국가는 리그와 컵대회 일정의 절반을 소화했다. 잉글랜드와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뛰는 우리 선수들은 전반기 희비가 엇갈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미드필더 기성용(24·선덜랜드)과 김보경(24·카디프시티)이 입지를 굳힌 반면 공격수 박주영(28·아스날)과 지동원(22·선덜랜드)은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네 명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가운데 두 명만 안착한 절반의 성공이다.
기성용은 올 시즌 스완지시티에서 선덜랜드로 임대된 뒤 주전을 꿰찼다. 지난 18일 첼시와의 캐피털원컵 8강전에서는 결승골을 넣어 팀을 준결승으로 이끌었다. 잉글랜드 진출 두 시즌만의 데뷔골이었다. 김보경도 ‘강호킬러’로 불리는 카디프시티에서 견고한 입지를 다졌다. 지난 시즌 2부 리그 우승으로 올 시즌 처음 올라온 프리미어리그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득점에 관여했다. 지난달 25일에는 경기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트려 상위권 진입을 노리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박주영과 지동원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아스날의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된 박주영은 전반기를 통틀어 13분을 뛰었다. 지동원은 5경기에서 조커로만 활약했다. 지동원은 다음달 독일의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박주영은 높은 연봉 탓에 이적도 여의치 않은 상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우리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졌다. 특히 손흥민(21·레버쿠젠)의 활약이 돋보였다. 전반기를 리그 2위로 마감한 레버쿠젠의 상승세는 손흥민의 도움이 컸다. 손흥민은 리그 17라운드까지 7골을 넣어 득점 순위를 공동 14위로 끌어올렸다. 한 골만 추가해도 10위권 진입이 가능하다. 팀 내에서는 공격수 슈테판 키슬링(29·독일·9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골을 넣었다.
수비수 박주호(26·마인츠)와 홍정호(24·아우크스부르크)도 올 시즌 첫발을 내딛은 분데스리가에서 출전횟수를 늘리며 주전을 확보했다. 박주호는 지난 21일 리그 17라운드에서 함부르크를 3대 2로 물리친 뒤 독일 일간 ‘빌트’의 베스트일레븐으로 선정됐다. 두 달의 부상 공백을 끝내고 출전을 대기 중인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과 레버쿠젠에 입단한 류승우(20)는 분데스리가의 후반기 변수다.
박지성(32)은 11년 만에 돌아온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서 키 플레이어로 자리를 잡았다. 선수단 평균연령이 21세에 불과한 에인트호벤은 ‘베테랑’ 박지성이 부상으로 빠진 두 달 동안 리그 7경기 연속 무승(2무5패)의 수렁에 빠지며 10위까지 추락했다. 박지성은 선발 복귀전인 지난 16일 위트레흐트와의 리그 17라운드부터 2연승을 이끌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에인트호벤은 순위를 7위로 끌어올리며 후반기 반격을 예고했다.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