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에 대한 전문가들 평가는… “투박한 연출력, 1980년대 시대상과 맞아떨어져”
입력 2013-12-26 01:50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을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연말 특수를 노리고 극장에 내걸린 수많은 작품 중 단연 돋보이는 흥행 스코어를 기록 중이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8일 개봉한 ‘변호인’의 누적 관객 수는 247만명을 넘어섰다.
온라인상에선 이 영화를 둘러싼 품평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에서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갑론을박이 치열한 분위기다.
그렇다면 영화평론가들이 말하는 ‘변호인’은 어떤 작품일까. 25일 평론가들에게 ‘변호인’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을 때 이구동성으로 돌아온 답변은 잘 만들어진 ‘대중영화’라는 점이었다.
“신인감독이 연출한 작품인 만큼 서툰 구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세련된 연출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다. 조금은 투박한 연출력이 1980년대 시대상과 그 속에서 살아간 인물들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 오히려 잘 맞아떨어진 느낌이다. 아울러 ‘변호인’은 ‘올바름’이 무엇인지를 묻고자 하는 현 시대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관객 누구라도 주변인에게 추천할만한 작품이다”(전찬일)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봐도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다. 올해 한국 대중문화의 키워드는 ‘아버지’였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7번방의 선물’, TV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 가’(MBC)의 히트가 대표적인 예다. ‘변호인’ 역시 가장(家長)이 느끼는 쓸쓸함을 잘 표현해냈다.”(강성률)
‘변호인’은 일반적인 성장영화의 문법을 답습한 작품이다. 주인공 송우석(송강호)은 가진 것 없는 고졸(高卒) 고시생에서 속물 세법 변호사로, 다시 인권 변호사로 거듭난다. 평론가들은 송우석의 성장 스토리가 설득력 있게 전개된 점이 작품의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속물 변호사가 인권 변호사로 변화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포인트’다. 이 대목이 개연성 있게 그려지지 않으면 영화는 엉망이 된다. 하지만 ‘변호인’은 송강호의 빼어난 연기,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때문에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황진미)
“돈 벌고 출세하고 가족 지키는 게 전부라 믿었던 인물이 사회적인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을 신선하게 그려냈다.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탁월하다. 깊은 울림을 준다.”(심영섭)
‘변호인’의 단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진 않았다. 특히 송우석이 인권 변호사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1987년 장면을 보여주는 결말 부분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황진미 평론가는 “마지막 장면들을 덜어냈다면 더 맛있는 작품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률 평론가 역시 “에필로그 부분이 늘어지는 느낌이 있다”고 꼬집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