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주] 경조사 화환문화 개선해야
입력 2013-12-26 01:37
누군가에게 축하나 위로의 마음이 담긴 화환을 받았는데 그 화환이 다른 사람이 썼던 재사용 화환이라면 기분이 어떠하겠는가?
우리는 전통적으로 축하나 위로해주고 싶은 행사에서 꽃으로 장식한 화환을 주고받는다. 혼례식에 기증된 화환은 사랑과 행복을 의미하며, 회갑연이나 회혼례식에서는 만수무강과 자손의 번영을 기원한다. 또한 개업식 화환은 장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장례식장의 꽃은 애도와 영생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 경조사 화환(花環)은 연간 약 700만개가 유통된다고 한다. 돈으로 환산해 보면 한 개당 10만원가량만 쳐도 최소 7000억원 이상이나 되는 큰 규모의 시장이다.
그러나 20여년 동안 화환의 형태나 구조가 고정되어 있어 현 시대의 상황에 맞는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가면 3단 원형의 똑같은 디자인이 획일적으로 진열되어 있는 화환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축하나 위로를 느끼기에 앞서 주고받는 사람의 지위나 권력을 상징하는 권위적인 느낌을 받는다.
더구나 요즘은 거의 대부분 하우스에서 온실재배 방식으로 꽃을 재배하는데 기름값이나 하우스 자재가격 상승에 비해 꽃이 주재료인 화환 가격은 20년 전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화환 제작 업체는 채산성이 없어 이미 제작·납품된 꽃을 수거하여 화환을 다시 제작·판매하는 잘못된 관행을 유발시키고 있다.
2011년 6월 단국대학교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유통되는 화환의 30%가 재사용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화환 유통업계에서는 정확히 재사용되는 통계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화환에 사용되는 꽃의 30%정도는 중국산 조화로 알려져 있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품위가 양호한 꽃을 재사용하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가 재사용 화환인지를 모르고 구매하는 것이다. 재사용 유통되는 화환이라면 당연히 소비자에게 알리고 가격도 차등해서 소비자가 구매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처음 제작한 화환이나 2∼3회 재사용된 화환이나 같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화환을 재사용하는 일부 제작업체는 마진을 더 남길 수 있으나, 재사용하지 않는 다른 업체는 단가를 낮추어 경쟁하다 보니 생화보다 조화를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며, 조화의 지속적인 사용은 꽃 소비가 줄어 결국 화훼농가에 큰 피해가 갈 것이다.
이제는 화환 디자인도 틀에 박힌 획일적 3단 화환에서 전하는 사람의 감사와 축하, 위로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도록 다양한 디자인과 작품성 있는 화환으로 바꿔야 한다. 디자인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유독 경조사에 사용되는 화환 문화는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정부(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은 기존 화환의 재사용 문제, 디자인 획일성 및 환경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00% 생화를 가지고 작품성과 다양한 디자인을 겸비한 신(新)화환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이고 생화의 소비도 확대되어 어려움에 처한 우리 화훼 농가를 돕는 일이기도 하다. 빠른 시일 내에 확산될 수 있도록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 이를 계기로 경조사 화환 유통에 투명성이 확보되고 스토리가 있는 다양한 명품 디자인의 신(新)화환이 널리 보급되기를 기대한다.
김영주 농협중앙회 회원경제지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