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KO 실탄지원을 군사홍보화하는 일본

입력 2013-12-26 01:38

종족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남수단에 주둔 중인 한빛부대에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다. 한빛부대 주둔기지 인근에서 24일(현지시간) 남수단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교전이 일어나 박격포탄 2발이 영내에서 불과 300m 거리의 네팔군 주둔지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네팔군 병사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한빛부대와 부대원들의 피해는 없었다.

한빛부대는 전투부대가 아니다. 주둔하는 종글레이주(州) 재건사업과 의료지원을 주 임무로 하는 공병 중심의 비전투부대여서 자위권을 행사하는 수준 정도의 무장만 하고 있다. 그러다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사실상 내전으로 치달으면서 무장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고, 우리 군은 유엔 차원의 탄약지원을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에 요청했다. 근데 지원받은 실탄이 일본 자위대 것이었다. UNMISS 산하부대 가운데 우리 무기체계와 호환되는 탄종을 갖고 있는 나라가 미국과 일본뿐이어서 빚어진 일이다. 일본 자위대 주둔지가 한빛부대와 더 가까워 UNMISS 중재로 지원받은 게 전부다.

이게 사실인데 일본 아베정권은 자위대 재무장 및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결부지어 일본 국내 정치에 이용할 목적으로 과대포장하고 있다. 이번 탄약지원 건은 유엔 평화유지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는 전혀 무관하다. 우리 군이 받은 양만큼의 실탄을 유엔에 양도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아베정권은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공동 참여한 우방국 군대에 군사적 지원을 하면 그게 바로 집단자위권 행사라는 식으로 일본 국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그것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한국 군에 무기를 지원했으니 “개헌은 필생의 과업”이라며 우경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에게 이보다 좋은 호재는 없을 터이다. 역사왜곡으로도 모자라 엊그제 일까지 각색을 서슴지 않는 데서 아베정권의 진면목을 또 한번 보게 된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군 책임론은 일본의 노림수에 제대로 걸려드는 격이다. 우리 군의 최우선 과제는 280여 한빛부대원들의 안전이다. 사전에 무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아쉬움은 분명 있다. 그러나 한빛부대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고 국내보급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유엔에 탄약지원을 요청한 우리 군의 대응은 적절했다. 이를 악용하는 아베정권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우리 군을 탓할 일은 아니다. 정부는 아베정권이 이 일로 더 이상 장난치지 못하도록 분명하게 쐐기를 박아야 한다. 아울러 한빛부대원들이 ‘우리 뒤에는 언제나 든든한 조국이 있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완벽한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