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쟁 일삼던 국회, 지역구 예산 따내려 안달

입력 2013-12-26 01:29

국회 15개 상임위원회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증액해 달라고 요구한 액수가 11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예결위 자체에서도 수조원의 예산을 끼워 넣을 것으로 예상되며, 예산의 감액·증액 여부가 결정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꾸려지면 ‘쪽지 예산’까지 고개를 들 것이다. 이에 따라 새해 예산이 정부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예산안을 심사할 즈음이 되면 여야가 민원·선심성 예산 확보에 열을 올리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권의 고질(痼疾)이다. 하지만 내년 6월의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서인지 올해는 과도하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설치와 관련해 사업 첫해 예산은 수억원에 불과하지만 해가 갈수록 사업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소위 ‘문지방 예산’을 따내려 경쟁적으로 나서는 점도 이례적이다. 사업 착수 사실을 홍보해 지방선거 때 표를 얻겠다는 얄팍한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발전을 위해 예산을 더 많이 따내려 하는 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지역주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염치가 있어야 한다. 정부가 예산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면 타당성이 없거나 불요불급한 사항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경제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복지와 경제활성화 등 돈 들어갈 곳은 많은 반면 경기침체로 세수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지역구보다 나라 경제를 우선시해야 한다. 표만을 의식해 혈세를 낭비하는 행태는 정치 불신을 가중시킬 것이다.

가뜩이나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영향을 미쳤지만 예산안을 제때 통과시키지 못했고, 정기국회 회기 동안 민생법안 처리 건수도 미미했다. 동북아 안보환경이 출렁이고, 북한 김정은정권이 요동쳐도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정쟁만 일삼았다. 여기에다 ‘누더기 예산’까지 만드는 건 정말이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예산 부풀리기를 중지하고, 정부 예산안이 제대로 짜여졌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데 치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