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돌아온 가수 조규찬… “제2의 음악 인생 보여드릴게요”

입력 2013-12-25 01:33


“학위를 따기 위해서, 혹은 우리나라엔 없는 음악 정보를 얻기 위해서 유학을 떠났던 건 아니에요. 그냥 해외 생활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싶었어요. 뮤지션이란 건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잖아요? 유학 생활을 하며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재료들이 제 안에 많이 생겨난 거 같아 기분이 좋아요.”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조규찬(42)은 2010년 8월 돌연 미국 유학을 떠났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재즈학 석사 과정을 밟은 뒤 이달 초 귀국했다. 가수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선 위에 서 있는 셈이다.

“미국에 계속 체류하면서 현지에서 음악활동을 할 수도 있었겠죠. 현지 뮤지션을 많이 사귄 만큼 미국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수 활동이 단절된 게 마음에 걸렸어요. 이 정도 배웠으면 고국에 돌아가 새로운 뭔가를 펼쳐 보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그가 보낸 미국에서의 일상은 평범했다. 도서관에 앉아 화성학 같은 음악 이론을 익히고 재즈의 역사 등을 공부하는 시간이 많았다. 동료 학생들과 합주도 많이 했다. 그러다 남는 시간엔 아들(8)과 낚시를 가거나 가족과의 추억을 쌓는 데 할애했다. 조규찬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유학기간 내내 가수 활동을 완전히 접었던 건 아니다. 특히 2011년 10월엔 학교를 한 학기 휴학하고 가수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일밤-나는 가수다’(MBC)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방청객들로 구성된) 평가단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고 가수의 실력까지 재단되는 ‘나는 가수다’의 포맷엔 동의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제 음악이 재조명받을 수 있다면, 음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면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출연을 하게 됐죠.”

1989년 제1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가요계에 데뷔한 그는 ‘추억#1’ ‘무지개’ ‘소중한 너’ 같은 노래를 히트시키며 큰 사랑을 받았다. 성탄절인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엄에서 열리는 콘서트 ‘메리 컴백 조규찬’은 조규찬이 자신의 인생 2막을 자축하는 자리다. 그는 공연을 통해 과거 발표한 1∼9집에 수록된 노래들을 새롭게 편곡해 들려줄 예정이다.

“내년엔 10집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10’에서 ‘1’이라는 숫자를 떼어 내면 ‘0’이 되잖아요? ‘0’이라는 숫자가 주는 느낌처럼 제겐 새 출발을 의미하는 앨범이 될 거 같아요. 공연은 이런 상황에서 저의 음악친구인 팬들을 만나는 자리가 되겠죠. 팬들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위로와 격려를 얻는, 그런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