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EU와 무더기 법적 분쟁

입력 2013-12-25 01:33

영국이 유럽연합(EU)과의 협정을 지키지 않아 무더기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EU에서 탈퇴하자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3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EU 법규 시행 문제를 놓고 EU 집행위원회와 47건의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EU와 마찰을 빚고 있는 문제는 장난감 위생, 트랙터 배출가스, 해변 청결 문제 등 다양했다. 이 같은 사실은 텔레그래프가 영국 정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요구한 결과 드러났다.

EU 집행위는 지난 2월 영국 정부가 소형 트랙터에 대한 배출가스 규정 이행을 지연했다며 법적 절차에 나섰다. 9월엔 빌딩 에너지효율 규정 문제로 충돌했다. 중국산 마늘 수입을 둘러싼 할당량 이행 문제는 유럽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부가가치세 규정, 항만 보안 문제, 야생조류 보호, 쓰레기 배출관리 등을 놓고도 영국 정부와 EU 집행위 사이에 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EU 차원의 규제가 지나치게 커서 회원국이 독자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유럽통합 회의론자들은 EU 탈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글러스 카스웰 보수당 하원의원은 “영국이 EU에 가입한 것은 시시콜콜한 일까지 규제받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정상적인 국가 운영을 위해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젤 파레이즈 대표는 “영국이 EU를 떠나지 않으면 웨스트민스터의 의회 기능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차기 총선에 승리할 경우 2017년 이전에 EU 탈퇴를 놓고 국민 표결에 부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현재 겪고 있는 EU 집행위와의 갈등엔 신중한 모습이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정부는 EU 집행위의 시의적절하고 일관된 법 적용 노력을 신뢰하고 있다”며 “법적 분쟁도 다른 회원국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