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저축은행 금품 수수 혐의 무죄

입력 2013-12-25 02:31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박지원(71) 의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저축은행 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공직자들에게 잇따라 무죄가 선고되면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이정석)는 24일 열린 박 의원 재판에서 “공여자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혐의를 입증할 물증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박 의원은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 임건우 전 보해양조 회장으로부터 총 8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수사 당시 “박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장소·시간적 제약에 비추어 볼 때 이들이 박 의원에게 돈을 건네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임석 전 회장은 수사 당시 “2008년 목포의 한 호텔에서 박 의원 보좌관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톨게이트 기록에 따르면 임석 전 회장이 돈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은 5분밖에 없었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했다. 또 임건우 전 회장은 “2011년 돈뭉치를 코트에 숨기고 원내대표실에 들어갔다가 두고 나왔다”고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큰 부피의 돈뭉치를 코트에 숨겼다고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검 중앙수사부의 마지막 작품으로 불리는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2009년 11월 이후 1년여 동안 정·관계 인사 24명을 재판에 넘겼다. 그중 박 의원 외에 7∼8명 정·관계 인사들에게 잇따라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부산저축은행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 김장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역시 무죄가 확정됐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과 민주당 이석현 의원도 각각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대부분 물증 없이 공여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질 경우 무죄로 추정하는 법원의 기준을 검찰 수사가 넘지 못한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 이상득(78) 전 의원과 정두언(56) 의원은 ‘공여자의 진술이 믿을 만하다’는 이유로 2심까지 실형이 선고됐다.

검찰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박 의원을 표적 수사했다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대북송금 사건 당시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15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2006년 무죄가 확정됐다. 이후 고려조선 수사, 양경숙 공천헌금 사건 등에서 검찰과 악연을 맺어 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