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자동 소총 AK-47 개발자 사망

입력 2013-12-25 01:32

‘전설의 자동소총’ AK-47의 개발자 미하일 칼라슈니코프가 23일(현지시간) 9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칼라슈니코프는 러시아 중부 우드무르티야 자치공화국 수도 이제프스크의 한 병원에서 지난달 17일부터 위장 출혈로 치료를 받아오다 사망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AK-47은 자동소총(Avtomat)과 개발자 이름(Kalashnikov)의 머리글자에 개발 연도(1947년)가 합쳐져 이름이 붙여졌다. AK 계열의 소총은 라이선스 생산과 모조품을 포함해 전 세계 1억정가량이 보급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규군은 물론 테러리스트, 마약 갱단까지 사용하고 있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무기’로 알려져 있다.

칼라슈니코프는 1919년 서시베리아 지역 농부의 자녀 18명 중 8번째로 태어났다. 칼라슈니코프 집안은 스탈린 체제 하에서 ‘부농’으로 분류돼 시베리아 강제 수용소 생활을 했다. 16세 때 수용소를 탈출해 철도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다 38년 징집됐다. AK-47을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41년 전차부대에 근무하다 독일군과 교전 중 부상당했을 때였다. 소련 소총이 독일제에 비해 형편없다는 동료들의 불평을 듣고 설계에 착수했다. 시행착오 끝에 47년 개발에 성공한 AK-47은 49년 소련군에 채용됐다.

AK-47의 장점은 다루기 쉽고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특히 진흙 속에 빠진 뒤에도 바로 발사가 가능할 정도여서 베트남전 당시 미군들은 M16을 버리고 베트공으로부터 빼앗은 AK-47을 사용하기도 했다.

칼라슈니코프는 AK-47을 개발한 공로로 2번의 ‘사회주의 노동 영웅상’과 ‘레닌상’ 등을 수상하는 등 부와 명예를 가졌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무기가 야기한 피해와 고통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은 대답을 해왔다.

“나는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무기를 개발했다. 사용되지 말았어야 할 장소에서 이 무기가 사용되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인들의 잘못이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