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통령 시대… 금융권도 여풍 거세다
입력 2013-12-25 02:34
대표적인 ‘금녀의 영역’으로 통하는 금융권에 첫 여성 은행장이 탄생하는 등 여풍이 불고 있다.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유리천장이 뚫리고 있다는 분석에서부터 새로운 금융 트렌드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시각까지 다양한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고위직에 오르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한국은행 창립 63년 만에 첫 여성 임원으로 서영경 부총재보가 발탁됐다. 앞서 5월에는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보)에 민간 금융회사 출신인 오순명 처장이 임명됐다. 이성남 전 금감원 부원장보 이후 12년 만이다.
올 들어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소비자보호본부를 신설하고 본부장에 신보금씨를 앉혔고,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WM사업단 상무와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에 김옥정씨와 박윤옥씨를 임명했다. 지난 23일에는 금융위원회가 차기 기업은행장에 권선주 기업은행 부행장을 내정했다. 여성 임원조차 찾아보기 힘들 만큼 남성 중심의 문화가 여전히 강한 은행권에 처음으로 여성 은행장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금융권의 여성 파워 증가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박 대통령이 지난 7월 여성금융인네트워크 10주년 행사에 “앞으로도 섬세하고 전문성과 열정을 가진 여성들이 금융 발전에 큰 기여와 활약을 하기를 바란다”는 축전을 보낸 뒤로 여성 은행장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 이어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재닛 옐런 부의장이 최근 지명되는 등 해외 여성 경제인 파워 급부상은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여성 금융인의 위상 제고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성별에 관계없이 능력 위주로 발탁하는 사례가 늘면서 영업 성적이 우수한 여성의 지점장 승진이 잇따르고 있다”며 “소비자보호 관련 업무가 강조되고 은행 업무가 대출 위주에서 고객 자산관리로 점차 바뀌어가는 시대에서 세심함을 갖춘 여성이 적합하다는 평가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 시중은행 6곳의 본부장 및 임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현재 5% 정도에 그치고 있는 데다 카드사나 보험사에서도 여성 임원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여서 아직 여성 금융인 전성시대로 단정 짓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의 경우 여전히 조직문화가 보수적인 데다 여성은 육아 등으로 사회생활을 꾸준히 하기 어려워 연차나 경력상 직급 상승 속도가 느린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