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거리 모금공연 ‘노래하는 좋은 사람들’… “아픈 아이들에게 도움 줘 기뻐요”

입력 2013-12-25 01:32


“저희들이 부르는 노래가 아픈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이 즐겁습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즐거움을 통해 12년째 어려운 가정에 빛과 소금 역할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공무원과 일반인 등 7명으로 구성된 ‘노래하는 좋은 사람들’은 지난 2002년 경북 포항시 사회복지직 공무원인 권성호(46)씨의 주도로 결성됐다. 이들은 당시 포항에 사는 5세 여자어린이가 얼굴 반쪽에 오타반점이 생기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사연을 듣고 수술비 2000만원을 모으기 위해 뜻있는 일반인 6명과 함께 밴드를 구성해 무작정 길거리로 나가 모금공연을 시작했고 이것이 모임을 만든 계기가 됐다.

주말을 이용해 포항시내 중앙상가와 대형마트 주변 등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를 찾아 공연하면서 수술비 2000만원을 모금해 전달했다. 여자어린이는 10여 차례의 수술 끝에 2년 만에 건강을 회복했다.

권씨는 “고물상에서 중고 장비를 구입해 어설프게 공연을 했는데 시민들이 도와줬다”면서 “첫 공연에 160만원이나 모여 멤버들이 용기와 힘을 얻어 지금까지 공연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난치병 아동 가족들의 지원요청이 계속 이어지고 이를 외면하지 못해 12년째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552회 공연에 1억700만원을 모금해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48명의 수술비로 지원했다.

울진과 경주, 상주 등 경북도내는 물론 부산, 마산, 강원도에 이어 제주도까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2년 전에는 청와대 오찬에 초청을 받아 대통령 내외와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지난 21일 포항 대잠동에서 가진 송년콘서트 형식의 552번째 공연 수익금 95만7000원은 뇌 병변 장애 1급으로 치료중인 쌍둥이 자매를 돕기 위해 전액 전달됐다.

이들에게도 힘든 게 있다. 아직도 장비를 실을 수 있는 차량이 없어 각자 승용차에 나눠 싣고 전국을 다녀 모두가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공연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권씨는 “후원자가 나선다면 가장 먼저 차량지원을 부탁하고 싶다”고 멋쩍게 웃었다.

포항=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