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실탄 지원’ 집단적 자위권 용인 빌미주나 논란 가열
입력 2013-12-25 03:27
우리 군이 창군 이후 처음으로 일본 육상자위대로부터 1만발의 실탄 지원을 받은 것을 놓고 적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이른바 ‘적극적 평화주의’를 사실상 인정하는 빌미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며 적극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실탄을 제공한 일본에선 오히려 민감한 정치적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릐정부, “유엔 협력 차원” 확대해석 경계=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이번 탄약 지원은 남수단 한빛부대의 안전 확보를 위해 유엔 남수단임무단(UNMISS) 예하 부대 사이에 자원을 재배분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UNMISS에 탄약 지원을 요청했고 미국과 일본 부대에 있는 탄약을 UNMISS가 수송기로 가져다줬다”고 밝혔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도 “(탄약 지원과 일본의 군비 증강 빌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실탄 지원은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과정에서 관련국끼리 협력하는 차원으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한다는 식으로 정치적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한빛부대는 지난 21일 UNMISS 군수담당 부서에 K-2 소총 호환용 5.56㎜탄환을 요청했고, UNMISS가 일본에 탄약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적 우려가 있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군사대국화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오히려 이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관련 담화에 포함시킨 ‘적극적 평화주의’ 문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사실상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릐일본 내 정치적 이슈로 급부상=일본 내에선 실탄 지원 문제가 이른바 ‘무기수출 3원칙’ 용도폐기 논란으로 번지면서 이슈화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사민당 등 야당은 “무기 제공은 전후 일본에서 첫 사례이기 때문에 신중히 대응했어야 한다”고 자국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정치권과 언론은 그동안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무기나 탄약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해온 일본 정부가 하루 만에 이를 뒤집었다며 절차의 정당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마쓰바라 진(松原仁) 국회대책위원장은 “국회 심의도 없는 상태에서 (방침을 바꿨다면) 허용될 수 없다”며 “큰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어 국민에게 사실 관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가 장관은 앞서 “실탄을 제공한 것은 유엔과 한국으로부터 요청이 왔기 때문이고 그것이 사실의 전부”라며 “실탄 제공 후 유엔과 한국으로부터 감사 표명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감사 표명’을 놓고도 한·일 양국 입장이 엇갈려 향후 논란 증폭의 소지는 다분하다. 일각에선 실탄 지원 문제를 유엔 차원의 협력으로 보는 한국 정부 시각과 한·일 양자간 안보협력 사안으로 보는 일본 정부의 시각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혁상 이제훈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