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쪽지 안받겠다더니 2013년도… 예산 끼워넣기 11조 훌쩍
입력 2013-12-25 02:27
국회가 뒤늦게 시작한 예산 심사 막바지에 생색내기용 민원·선심성 예산을 대폭 끼워넣는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국회 15개 상임위원회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요구한 증액 요구액이 무려 1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예결위는 상임위 등의 공식 통로를 거치지 않고 요청되는 ‘쪽지 예산’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쪽지’를 제외해도 현재까지 접수된 증액 요청액만 이 정도에 이른 것이다. 여야 예산안조정소위 위원 15명이 “이것만은 꼭 반영해 달라”고 추려 심사에 올린 증액 요구 건수만 현재 1700여건에 달한다.
여기에다 예결위 자체 증액 요구도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구 의원들의 ‘예산 끼워넣기’ 악습이 올해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한 예결위원은 최근 동료 의원에게서 특정 지역에 어린이 관련 복지시설을 짓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받았다. 첫해 예산은 1억원이지만 향후 5년간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이었다. 예결위원 측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이 돌고 있는 의원이라 표심 얻기용 예산이라는 게 빤히 보였다”며 “알고 보니 소관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이미 거절됐던 사업”이라고 말했다.
예산 관련 민원은 감액·증액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가 꾸려지는 때를 전후해 빗발친다. 이때 들어오는 민원은 법적 지원 근거가 없거나, 정부·소관 상임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거나 삭감됐는데 다시 늘려 달라는 것들로 실제 반영되기 힘든 예산이 대부분이다.
예결위 여당 간사 김광림 의원실 관계자는 “예산 심사가 시작된 후 접수된 감액방지·증액요청 사항들을 정리했더니 1000건이 넘는다”며 “민원이 절정에 달할 때는 하루에 걸려오는 전화가 300여통에 달하고 사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아 업무가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예산 심사가 국회 고유 권한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이군현 예결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국회의원들이 국회 상임위와 예결위 등 정상적인 심의 과정에서 지역 예산을 챙기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임무”라며 “쪽지 예산이라고 이름 붙여 무조건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성수 권지혜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