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김한길… 1주일이 운명 가른다

입력 2013-12-25 03:37


국정원 개혁특위 연내 입법화 불발땐 당권 휘청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운명의 1주일을 남겨두고 있다. 오는 31일까지 국가정보원개혁특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칫 당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4 전당대회에서 비노계(비노무현계) 표를 결집해 세운 비주류 당권의 앞날이 1주일 농사 결과에 달린 것이다.

김 대표의 상황은 ‘진퇴양난’과 ‘내우외환’이라는 말에 비유할 수 있다. 당초 김 대표는 4자회담 결과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특검 포기가 아니냐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정원개혁특위 성과 도출에 이은 예산안 합의 처리로 연말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국정원개혁특위가 진통을 겪으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 문제가 겹쳐지면서 여야가 심상치 않은 대치정국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최원식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협상이 해법”이라며 “디테일을 놓고 여야가 ‘밀당’을 벌이는 상황이니 특위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철도파업 문제는 민영화 금지 입법으로 풀면 된다”며 철도파업 문제를 분리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개혁특위의 성과가 미진하거나 연내 입법화가 불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다. 이 경우 당내 강경파가 반발하고, 예산안 처리 연계 카드를 꺼내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김 대표가 더 이상 양보할 것은 없다”며 “특검이 유야무야된 상황에서 개혁특위 협상에서 양보한다면 지도부가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혁특위에서 양보하면 후폭풍으로 당권이 날아갈 가능성이 크고, 개혁특위를 강하게 밀어붙이다 협상이 깨지면 여야 간 극한 충돌을 감수해야 한다. 벌써부터 당 일각에서는 김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를 겨냥한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된다.

사실상 계파가 없고 당내에 우군이 적다는 점도 김 대표가 외로운 대목이다. 당내에서는 친노계가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세를 결집하고 있고, 당 밖에서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추진 중인 신당이 민주당을 흔들어대고 있다. 김 대표의 설 자리가 급속히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