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대처리즘이냐, 메르켈 모델이냐… 2년차 집권플랜 고민 깊은 朴대통령

입력 2013-12-25 01:33

철도노조 파업사태 강경대응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한국식 대처리즘’으로 갈 것인지, 반대세력까지 아우르는 ‘메르켈 모델’을 어느 정도 화학적으로 융합시킬 것인지가 핵심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지난해 대선을 통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유사한 ‘소통과 화합 리더십’을 표방했던 박 대통령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통치 스타일로 점점 더 ‘우향우’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야 지도부 연석회의, 중소기업·골목상권 살리기, 경제민주화 같은 공약들이 다소 후퇴하는 반면 비정상의 정상화, 법치주의, 불법행동에 대한 원칙 대응 등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소속 한 중진 의원은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기회에 노동계의 잘못된 파업행태를 바로잡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것 같다”며 “싸울 때와 물러설 때를 정확히 아는 정치인이었던 박 대통령이 최근에는 정치 없이 계속 싸우는 모습으로만 비쳐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공안통치, 불통이라는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처리즘이라는 강경한 이미지까지 씌워지는 것은 결국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금 박 대통령에게 출구전략이라는 단어가 없는 게 아니냐”고도 했다. 당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공안통 참모들이 강경노선을 주도하는 바람에 박근혜정부 전체에서 온건과 타협 기조가 사라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처리즘식(式) 법치주의만이 능사가 아니라 메르켈식 ‘타협의 정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가기관 대선개입 논란으로 야당으로부터 협조를 얻지 못했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국정운영 플랜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대화하고 타협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집권 2년차를 목전에 둔 박 대통령 역시 앞으로의 국정운영 기조를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하면서도, 격앙된 노동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파업 초기 “국가경제를 볼모로 한 불법 파업은 명분 없는 일”이라던 메시지가 “국민들은 북한과 철도파업, 세계적인 경기불황, 정치권 갈등 등으로 여러 가지를 걱정스러워한다”는 형태로 한결 부드러워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의 새해 초 연두기자회견은 향후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운영의 큰 그림을 펼칠 이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대처리즘과 메르켈식 접근법 가운데서 어떻게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국민들에게 화두를 던질지 두고 볼 일이다.

신창호 하윤해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