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노동현안 대타협?… 勞·政관계 파탄에 기약없는 올스톱
입력 2013-12-25 02:33
노사정 대화가 무기한 중단 상황에 빠지며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노사관계 현안 해결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당장 내년 3∼4월에 집중된 개별 기업의 임금 단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 단축, 정년 60세 시행, 고용률 70% 달성 등 대부분의 주요 현안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개별 기업의 사용자와 노조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지난 18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임금 단체 협약을 새로 맺어야 한다.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으면 확대된 통상임금 범위에 따라 초과근로수당이 늘게 돼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지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정 관계가 극단적으로 악화된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산업 현장에서 원만한 노사 합의를 기대하기 힘들다. 통상임금 확대로 인해 발생한 지난 3년치의 소급분 청구 요건도 모호하기 때문에 개별 노조가 기업들을 상대로 추가임금 지급 소송을 줄줄이 제기한다면 산업계 전반으로 노사 갈등이 확산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임금체계 개편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양대 노총은 이미 노사정 대화 테이블을 떠났다.
정년 60세 법제화도 현 상태로 시행된다면 기업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2016년부터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 공공기관 등의 정년이 늘게 되고 다음해부터는 전면 확대될 예정이다. 관련 법률은 노사가 사업장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관련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정년이 늘어나는 기간만큼 근로자의 임금도 일정 정도 줄이는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하지 않으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고 신규 고용 여력도 줄게 된다.
국회에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인 근로시간 단축도 노사 협력이 절실한 사안이다. 근로시간을 법으로 단축할 경우 근로자는 임금이 감소하고, 기업은 줄어드는 근로시간을 채우기 위한 추가 인력을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각각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착도 노조의 협력 없이는 성사되기 어렵다.
이런 대책들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과제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지만 모두 노동계의 반발에 부닥쳐 있는 상황이다. 결국 노동계의 협력 없이는 고용률 70% 달성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매우 크다.
정부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사회적 대타협에 착안해 노사정 대타협을 추진하고 있다. 노사정 대타협이란 사회적 이슈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노사정 대표자가 협상을 한 뒤 결과물을 산업현장과 사회 전반에 적용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적 대타협은 노·정 관계 악화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난 상황이다. 노조를 힘으로 찍어누르려는 정부와 정치색까지 띠며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는 노조가 구습을 깨지 않는 한 교착 상태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