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민원 감축 압박에… 보험금 5000억 ‘술술’

입력 2013-12-25 01:30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후 보험민원 감축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그는 지난 3월 27일 가진 첫 간담회에서는 “금감원에 접수되는 민원의 절반 이상이 보험이다. 보험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데 민원이 너무 많다”며 보험사를 강하게 압박했다.

나중에 해명을 했지만 최 원장은 당시 “보험민원을 무조건 절반을 줄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최 원장의 한마디에 당시 보험사들은 사색이 됐다. 무턱대고 민원을 줄이게 되면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민원이 두려워 보험금을 마구 내주는 상황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소위 ‘블랙컨슈머’가 작정하고 민원을 빌미로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면 보험사로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약 9개월이 지난 24일.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보험업계는 무리한 민원 감축 여파로 2013회계연도(2013년 4∼12월)에 생긴 보험금 누수가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보험사가 추후에 지급하는 향후 치료비도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엔 지급된 전체 보험금의 33.1%였으나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는 34.2%로, 올해는 지난 9월까지 37.3%로 늘어났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갈수록 민원을 악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하면 차라리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보험업계의 볼멘소리에 금감원은 발끈하는 분위기다. 블랙컨슈머는 민원 평가 시 모두 빼주는 만큼 원칙에 따라 대응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부작용이 있지만 큰 액수가 아닌 것으로 안다”며 “민원을 줄이겠다고 보험금 산정 기준에 어긋나게 지급하는 일을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