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투증권 새주인에 농협금융… 단숨에 업계 1위 도약

입력 2013-12-25 02:37

증권업계 자산규모 1위인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금융지주의 품에 안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NH농협증권은 단숨에 1위 증권사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24일 우투증권 패키지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이사회를 열었다. 우투증권 패키지는 우투증권에 우리아비바생명보험·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자산운용을 묶어 파는 매물로 농협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사모펀드인 파인스트리트가 응찰했다.

지난 20일 패키지 해제 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한차례 연기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패키지 일괄 매각으로 방침을 굳혔다.

패키지 일괄 매각이면 농협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가장 유력하다. KB금융은 우투증권에 가장 높은 가격을 매겼으나 나머지 패키지를 마이너스로 잡아 전체 가격이 가장 낮다. 파인스트리트는 높은 가격을 냈지만 자금조달 가능성에서 감점 요인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은 패키지 가격으로 1조15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별 매각이 가능한 패키지 계열사 3곳 중 우리자산운용은 키움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유력시된다. 결국 농협금융이 우투증권·우리생명보험·우리저축은행을 1조1000억원에, 키움증권이 우리자산운용을 800억원에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선정되는 우선협상대상자들이 확인 실사와 가격조정을 거쳐 내년 초 본계약을 맺으면 매각 작업은 마무리된다.

농협금융은 수익의 80%가 은행에 몰려 있어 사업구조 다변화가 절실하기 때문에 이번 우투증권 인수전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농협금융으로선 우투증권 인수를 통해 취약한 비(非)은행 부문을 일거에 강화하고 농협이란 브랜드 이미지도 일신할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

금융그룹 대부분은 대형증권사 인수를 통해 증권업에 뛰어들었다. 신한금융은 2002년 굿모닝증권(현 신한금융투자), 우리금융은 2004년 LG투자증권(현 우투증권), 하나금융은 2005년 대한투자증권(현 하나대투증권) 인수를 통해 증권부문의 성장을 일궈냈다.

농협금융도 2006년 세종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에 나섰지만 현재 NH농협증권은 6조원대 자산규모로 업계 14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에 우투증권을 인수하면 업계 선두로 올라서게 된다.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금융그룹은 은행·증권·보험의 3대 영역을 고루 갖춰야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며 “시너지 효과가 분명하게 보여 우투증권 인수에 나섰다”고 밝혔다. 현재 농협은행과 농협생명보험은 모두 업계 4위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단위농협 네트워크를 활용한 판매망도 강하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