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수서발 KTX 효율성의 진실은… 현오석 “경쟁으로 비효율 탄로날까봐 파업”
입력 2013-12-25 03:52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의 도화선이 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철도의 오랜 독점체제를 깨뜨리는 첫걸음이다. 정부는 경쟁체제 도입으로 자회사인 수서발 KTX는 물론 모회사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철도노조는 한정된 수요를 자회사에 뺏기는 만큼 코레일의 재무구조가 더 악화되고, 결국 모자(母子) 회사 간 비교를 통해 코레일에 칼을 대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에서 “(철도노조가) 경쟁으로 인해 자신의 고비용, 비효율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면서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명분 없는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열차 지연율이나 고장률에 있어 늘 불명예스러운 성적을 보여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만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현 부총리는 KTX 수서발 자회사 설립 및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해 “결코 민영화가 아니다. 공공기관 지정 요건에 해당되면 기준에 따라 내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강온 양면전술을 펴며 철도노조를 압박한 셈이다. 아울러 정부는 이날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철도파업 관계장관회의에서 ‘철도파업 관련 정부대책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이처럼 정부는 자회사 설립이 코레일 체질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실제 지난 6월 현재 코레일 부채는 17조6000억원으로 부채비율만 435%에 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대로 방치하면 2020년에 부채가 2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경영 상태를 비교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지속적인 경영 효율화를 유도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비핵심 업무의 아웃소싱, 조직 슬림화 등 저비용 구조의 회사를 만들어 서울역 대비 요금도 10%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설립으로 인한 경쟁 효과는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KTX 노선을 분할하면 코레일의 경영상태 악화만 초래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이 공개한 코레일 내부 자료에 따르면 수서발 KTX 자회사가 설립되면 코레일은 5120억원의 매출이 감소되고 KTX의 평균 영업이익률(30%)을 감안하면 1536억원의 순손실이 예상된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원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의 근거로 삼은 독일의 경우 국영 철도회사인 DB(Deutsche Bahn)가 간선 노선의 98%를 운영하는 등 주요 노선에서 경쟁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