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심판 첫 준비기일… 헌재 7가지 쟁점 정리

입력 2013-12-25 02:28


“통진당 北 추종 대한민국 위협”-“당노선 北과 무관”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의 7가지 쟁점을 정리해 제시했다. 이 7가지를 중심으로 해산심판을 다루겠다는 의미다. 헌법재판소는 24일 주심 이정미 재판관의 진행으로 서울 재동 헌재 소회의실에서 첫 준비절차기일을 가졌다. 지난달 5일 정부가 통진당 해산심판을 청구한 이후 양 당사자의 첫 대면이었다. 정부와 통진당 측은 쟁점마다 충돌했다.

서기석 헌법재판관은 우선 통진당의 강령과 목적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를 쟁점으로 제시했다. 정부 측 대리인인 법무부 정점식 위헌정당·단체 대책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이른바 NL(민족해방) 계열 운동가들이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당권을 장악하면서 북한 김일성이 주장한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 팀장은 “진보적 민주주의는 소위 제국주의 세력인 미국을 축출하고 대한민국의 현 체제를 타도해야 한다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반면 통진당 대리인인 김선수 변호사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식 사회주의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미국 민주당도 채택한 개념”이라며 “정치·경제적으로 열세에 있는 민중의 이익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이지 소수가 가진 특권을 박탈하겠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정당 활동의 위헌성에 대해서도 양측은 물러서지 않았다. 정부는 통진당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 반국가 활동 전력이 있는 당원들을 당직자나 의원 후보 등으로 내세우며 북한 추종 세력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통진당은 개별 당원들의 행위를 당 전체 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당 구성원의 개별 활동을 어디까지 정당의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는 재판관들이 제시한 쟁점 중 하나다.

서 재판관은 특히 중요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이는 RO 사건을 통진당 활동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도 쟁점으로 삼았다. 정부는 RO 사건을 “주체사상을 지도이념 삼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범죄로 규정한 반면 통진당은 확정되지 않은 사건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 외에도 통진당의 위헌성을 판단할 때 민주노동당 시절의 활동도 함께 검토해야 하는지, 정당해산 결정으로 의원직 상실 여부까지 결정할 수 있는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등을 중요한 쟁점으로 제시했다. 또 거론된 요건 외에 정당 해산에 필요한 요건이 더 있는지도 살피기로 했다.

헌재는 향후 심리를 민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통진당은 ‘사안의 성격이 형사사건에 가깝다’며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심리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민사소송법은 양측이 자유롭게 증거를 내고 재판부가 이를 채택하는 방식이다.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만 사용하는 형사소송법 방식보다 증거의 범위가 넓다. 정부 입장에서는 민사소송법 방식이 더 유리하다. 2차 준비절차기일은 다음달 15일에 열린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