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성규] 갈수록 커지는 ‘국민 불신’… 정부가 자초했다

입력 2013-12-25 01:32


철도 민영화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민영화는 없다”고 강조했음에도 민영화 괴담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현상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24일 “차라리 민영화를 하겠다고 정부가 밝혔으면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대통령 말도 믿지 못하는 국민 불신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정부 스스로 자초한 바가 크다. 우선 대국민 설득이 부족했다. 엄정한 법과 원칙 적용을 강조함에 앞서 이번 파업이 철도노조의 ‘철밥통 지키기’라는 정부의 인식을 사전에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정부는 파업 초기인 지난 11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은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공공기관의 과다한 부채와 방만 경영 개선을 강조하면서 민감한 주제인 민영화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는 뒤늦게 이날 열린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에서 철도노조의 고비용, 비효율을 강하게 질타했지만 ‘기차’는 이미 멀리 떠난 뒤였다.

최근 정부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도 국민들에게 ‘무서운 정부’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불신을 키웠다.

특히 경찰은 지난 22일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정동 민노총 건물을 압수수색하면서 건물 2층에 있는 소극장까지 뒤진 것으로 드러났다. 공연 관계자는 “여자 매니저 혼자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 10여명이 갑자기 공연장에 들이닥쳤다”며 “영장 없이 이럴 수 있냐고 따지자 경찰이 반말로 ‘그럼 영장 가지고 내일 다시 올까?’라고 말하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같은 건물에 있는 힘 있는 언론사는 뒤지지 못하고 만만한 소극장은 압수수색 영장 없이 불법적인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민영화가 없다고 외쳐도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공권력이 과거로 회귀한 듯한 이런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세종=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