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대박도 빼닮은 추신수-이대호 우정

입력 2013-12-25 01:39

“같이 야구 하자, 친구야.”

친구의 한마디가 한국 야구 역사가 됐다. 1991년 박정태(44·전 롯데 코치)의 외조카 추신수(31·전 오릭스)가 야구부가 있는 부산 수영초등학교로 전학했을 때 한 눈에 들어온 친구가 있었다. 덩치만 봐서는 ‘고딩’(고등학생)같은 이대호(31)였다. 그는 형 같은 친구에게 야구부에 들어올 것을 권했다. 둘의 나이 아홉 살 때다.

둘은 동반자이자 라이벌이다. 추신수와 이대호는 각각 부산중과 대동중으로 진학하며 각자의 길을 걸었다. 추신수는 부산고, 이대호는 경남고의 에이스 투수이자 4번 타자로 활약했다. 전력이 강한 부산고 소속의 추신수는 1999년과 2000년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2년 연속 최우수선수상을 거머쥐며 국내외 스카우트의 지목을 받았다. 이대호는 2000년 청룡기 1회전 동산고와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전국구 선수’로 떠올랐다.

부산이 연고인 롯데는 200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추신수를 1차, 이대호를 2차 1순위로 지명했지만 추신수는 137만 달러 조건으로 미국 시애틀에 입단했다.

그로부터 12년 뒤 둘은 한국 야구사를 바꿔놓은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 22일(한국시간) 추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와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379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이튿날 이대호가 멍군을 쳤다.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와 3년(2+1)간 총액 14억5000만엔(약 148억원) 계약에 합의를 했다. 계약금 5000만엔에 내년 시즌 연봉 4억엔, 2015년엔 5억엔을 받는다. 옵션까지 더하면 몸값이 최대 20억 5000만엔에 이를 전망이다.

명예를 더 소중히 여기는 ‘절친’ 추신수와 이대호는 실리와 명분을 한꺼번에 챙기고 야구인생 2막을 활짝 열게 됐다. 둘 다 이적 조건으로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을 꼽았다. 이대호의 새 둥지 소프트뱅크는 올 시즌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되지 못했다. 마땅한 4번 타자가 없어 고전했던 소프트뱅크는 이대호를 영입하며 우승 전력을 갖추게 됐다.

23일 가족들과 하와이로 여행을 떠난 이대호는 “롯데에서 이루지 못한 우승의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추신수와 이대호는 항상 정상을 향해 묵묵히 땀방울을 흘렸다.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우승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기적을 함께 이뤄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같이 목에 걸었다. 추신수와 이대호의 새 해 꿈은 똑같다. 텍사스와 소프트뱅크의 우승이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