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해 마무리, 인맥도 연말정산 해보세요
입력 2013-12-25 01:28
‘정리컨설턴트’ 윤선현씨에게 듣는 관리 요령
올해가 저물어간다. 일년 내 자리를 지켰던 2013년 달력도 엿새 후면 2014년 달력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이맘때면 주부들은 주방과 거실을 대청소하고, 직장인들은 사무실 책상과 서랍을 정리한다. 새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베리굿정리컨설팅 윤선현(사진) 대표는 “공간정리도 중요하지만 올연말에는 인맥을 정리해보라”고 권했다. 윤 대표는 정리 컨설팅이라는 산업과 ‘정리컨설턴트’라는 용어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국내 1호 정리컨설턴트다.
인맥은 다다익선(多多翼善),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한 커피숍에서 만난 윤 대표는 고개를 내저었다.
“무조건 많은 사람을 알고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내게 꼭 필요한 사람을 알고 있는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가의 여부가 중요합니다. 또 인맥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놓아야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윤 대표는 인맥 정리의 기본으로 명함, 이메일과 휴대전화 주소록 등 연락처 정리를 꼽았다. 명함 정리는 살림정리와 비슷하다. 일단 갖고 있는 명함을 모두 꺼내보자. 그리고 가족, 친구, 선후배, 종교나 취미, 운동 활동으로 만나는 개인생활과 관련된 사람, 일이나 직장 등 업무와 관련된 사람 등 두 카테고리로 나누자. 다음은 서로를 기억 하고 있나? 연락 가능한 번호인가? 아직도 그 직장에 다니는가? 나의 현재나 미래의 일과 관련이 있는가? 등을 기준으로 필요한 명함을 골라 우선순위를 매긴다.
“A 필수적인 인맥, B 중요한 인맥, C 선택적 인맥 등 순위를 매기는 동안 현재 인맥에 대한 파악과 동시에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불필요한 명함은 과감히 버리자. 그런 후 남은 명함 즉, ‘알짜 명함’을 자신에게 맞는 저장 시스템에 보관해야 한다. 디지털족이라면 명함 내용을 휴대전화나 이메일 주소록에 입력하고, 스마트폰으로 연동해 등록한다. 자료를 인쇄해서 보는 게 아직은 편한 아날로그족이라면 인맥가계부를 만드는 게 좋다. 윤 대표는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손바닥만한 노트를 보여 줬다. 한 페이지에 한명씩 관계, 이름, 만난 목적, 시간, 장소, 나눈 대화, 회사, 직책, 하는 일, 주소, 이메일, 핸드폰, SNS, 기타 등의 항목으로 나눠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를 해놓았다.
윤 대표는 “디지털족이라도 저장이 끝난 종이명함을 버리지 말고 회전식 명함 정리함인 롤로덱스 등을 활용해 꼭 정리해두라”고 당부했다. 이때 명함을 다 보관하기보다는 적정인원수를 정해 보관하는 게 좋다고 한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사람이 친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를 150명이라고 한다. 너무 적다 싶으면 200명 정도로 늘려도 좋지만 새로운 명함 1장을 추가해야 한다면 1장을 빼서 그 숫자는 유지하도록 하자.
이메일과 휴대전화 연락처도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된다. 이때는 업무보다는 개인생활과 관련된 인맥이 더 많고, 그래서 정리가 쉽지 않다. 윤 대표는 ‘인맥 작별하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준을 세워 몰라도 될 사람이라면 그 연락처는 과감히 지우라”는 것이다. 윤 대표의 경우 6개월 이상 연락하지 않은 사람, 새해 인사를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 등은 휴대전화와 이메일 주소록에서 ‘삭제’ 키를 누른다고 했다.
“인맥과의 작별은 어렵지만 과감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일단 정리한 다음에도 꾸준히 정리해 나가야 합니다.”
윤 대표는 150명의 VIP 인맥 리스트를 갖고 있으며, 페이스북에 ‘윤선현이 사랑하는 사람들 150’이란 그룹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들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로, 이동할 때나 시간이 생길 때마다 하루 최소 2명 이상에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로 안부를 전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인맥정리는 곧 탄탄한 관리로 이어져 인맥을 ‘금맥’으로 만드는 윤 대표의 방법, 해를 넘기기 전에 따라해 보면 어떨까.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