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세리모니 ‘손글씨’ 써보기 어때요?
입력 2013-12-25 01:27
“한 해 동안 마음속에 쌓여 있던 것을 글씨로 써보는 동안 조금씩 정리가 됐습니다. 그리고 내년에 이루고 싶은 것을 쓸 때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지 다짐하게 되던 걸요.”
업사이클브랜드 ‘터치포굿’의 솔루션팀 하현옥 팀장은 요즘 친구들에게 올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세리모니를 글씨 쓰기를 통해 해보라고 권한다. 그는 “지난달 말 회사에서 서울 동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감정의 연말정산’을 주제로 힐링 캘리그라피 강좌를 가졌는데 효과가 최고였다”고 24일 말했다.
이날 강좌는 캘리그라피스트 이상현씨의 강의에 이어 참가자들이 마음속 묵은 감정과 새해 소망을 이쑤시개, 나무젓가락, 붓, 스펀지 등 다양한 필기도구로 썼다.
이 회사 디자인팀 박인희 팀장은 “성향이나 감정 등을 그 사람이 쓴 글자를 통해 알 수 있었다”면서 글씨에도 다양한 이미지와 느낌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참가자들이 글씨를 쓰면서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보다는 내년에는 잘 헤쳐 나가 보자는 긍정의 에너지로 풀고 마무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자신도 마찬가지였다는 박 팀장이 작성한 새해 메시지는 ‘내년에는 즐겁게 보내자’는 의미에서 ‘욱겨 웃겨∼∼’였다.
디자인팀 사원 이화진씨는 “같은 글자인 데도 그 모양에 따라 느낌이 달라 놀라웠다”면서 “2014년을 준비하는 나의 다짐을 글로 쓸 때는 생각하지 못한 설렘도 느꼈다”고 했다.
한 해를 보내면서 감정을 정산한다는 아이디어가 빛났던 이 행사의 참가자들이 내놓은 문구 중 좋은 말로는 ‘겨울 지나면 봄’이 뽑혔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이날 지도를 맡았던 이씨는 “글씨는 곧 마음”이라면서 “한해 우울했던 일을 글로 쓰면서 되새김질하는 동안 반성할 것은 하고 털어버릴 것은 잊기로 하는 등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필기도구를 평소 쓰던 펜이 아닌 것들로 준비한 것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똑같은 삶에서 벗어나 감성적 에너지를 분출해보라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마음에 쌓여 있는 분노의 찌꺼기가 있다면 나무젓가락을 부러트린 뒤 먹물에 묻혀 휘갈겨 쓴 다음 확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보라”고 했다. 수세미에 먹물을 묻혀 쓴 뒤 찢어 버려도 좋다고. 그런 다음 새해 소망을 정성을 다해 써보라고 했다. 이씨는 “오른손잡이라면 왼손으로 써보라. 그러면 한획한획 정성이 더욱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