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어떤 종류 책 많이 읽었을까?

입력 2013-12-25 01:49


기독서적 결산

“올해 책 좀 읽으셨나요?”

지난 한 해 동안 자기계발서나 간증집, 영성·묵상집, 목회 관련서, 설교집 등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쏟아졌지만 여전히 출판계에는 냉랭한 바람이 불었다. 책들을 많이 읽지 않았다. 여전히 간증집이 강세인 가운데 기독 출판계에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지 않았다. 신간보다는 고전들을 새롭게 출간하거나 새로운 저자 발굴보다는 익숙한 저자들의 책들이 역시 많이 나왔다.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나 오스왈드 챔버스의 ‘주님은 나의 최고봉’ 미니북은 이 같은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기출협)에서 23일 발표한 ‘2013 베스트 종합통계’를 보면 10위권에 두 책이 나란히 올랐다(표 참조).

‘5가지 사랑의 언어’는 부부들의 사랑의 언어를 이야기한다.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육체적인 접촉, 봉사가 ‘사랑의 다섯 가지 언어’다. 토기장이 출판사의 고전 시리즈인 ‘주님은 나의 최고봉’은 미국 기독교 역사 중 장기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온 365일 묵상집이다. 풍부한 영성과 복음을 발견할 수 있다.

베스트 종합통계를 보면 카일 아이들먼이 쓴 ‘팬인가 제자인가’가 1위를 기록했다.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주님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2위는 올 초 크게 화제를 불러일으킨 다니엘 김 선교사의 ‘철인’.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10여년을 살았고 이후에는 전 세계를 다니며 ‘복음 들고 산을 넘는’ 그야말로 철인(鐵人)의 삶을 감당하는 김 선교사 이야기다.

‘팬인가 제자인가’ ‘철인’의 책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건 ‘본질’이다. 교회의 본질, 신앙의 본질 찾기. 세속화된 교회, 목회자들의 문제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결국엔 복음, 회심, 교회 본질에 대한 성찰과 교회 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을 다룬 책들이 관심을 받았다. 폴 워셔의 ‘복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나 ‘회심’, 데이비드 플랫의 ‘팔로우 미’ ‘래디컬 투게더’ 등도 그런 책들이다. 한국교회의 현 상황을 볼 때 신앙적 본질을 찾는 것으로밖에 길이 없음을 이들 책은 보여준다.

베스트 종합통계 10위권에는 이찬수 목사의 ‘삶으로 증명하라’, 이용규 선교사의 ‘떠남’, 김길 목사의 ‘마음아, 이겨라’, 조병호 목사의 ‘성경과 5대 제국’ 등 국내 저자들의 책들이 있다. 이찬수 목사는 ‘삶으로 증명하라’ 외에도 ‘처음마음’ ‘붙들어주심’ 등도 출간했다. 10위권에는 없지만 강준민 목사의 ‘기다림은 길을 엽니다’도 꾸준히 상승세다.

신규 작가로는 ‘구약의 뒷골목 풍경’을 쓴 기민석 교수가 눈길을 끈다. 구약에 등장하는 과거의 모습을 고대 유물로 소개한 것이 아니라 믿음과 신앙 안에서 조명했다. 풍부한 자료를 제시하지만 사실에 근거해 진실에 접근함으로써 그 안에 숨겨진 하나님의 계획, 그야말로 ‘뒷골목’ 이야기를 재미있게 썼다.

기출협 최승진 사무국장은 “순간순간에 인기를 끌 수 있는 책들이 출간되다 보니 기독 출판계에는 스테디셀러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최 국장은 “당장 긁어주는 ‘인스턴트’ 같은 책도 필요하지만 오래 지속적으로 읽힐 수 있는 책들이 내년에는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