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림일] 성탄절 북녘의 하늘에…

입력 2013-12-24 01:42


고향친구인 정성산 감독이 만든 영화 ‘량강도 아이들’은 우연히 남쪽에서 날아온 크리스마스 선물 로봇을 가진 북한 어린이들이 겪는 해프닝을 담았다. 생동감이 묻어나는 영화를 보면서 야위고 낭만적인 아이들의 대역연기에 사뭇 놀랐다.

정 감독의 말에 의하면 명연기를 위해 아이들이 며칠씩 굶었다고 한다. 북에서는 밥은 고사하고 멀건 죽도 없어 굶어야 하고, 남에서는 그 비참한 현실을 스크린에 담으려고 잠시 굶어야 하는 한반도 어린이들은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2년 전 정부가 북한의 수해지역에 영유아용 영양식 140만개, 초코파이 192만개, 과자 30만개 등 모두 50억원 상당의 물자를 제공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나도 북한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부가 고민 끝에 1차분으로 제조한 16억원 규모의 영양식 83만개를 공매로 민간에 매각한다고 했으나 이마저 입찰자가 없어 제삼국에 무상 지원했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만약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가장 분통해할 사람들은 바로 수혜 당사자인 북한 어린이들이 아닐까 싶다. 북한 전역의 대부분 어린이들이 수십년간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것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가 TV에서 보거나 탈북자들이 증언하는 북한 어린이들의 비참한 실상은 특정 지역의 일부 현상이 아니라 북한 전역에서 벌어지는 예사로운 일상의 현실이다.

거짓말 같지만 매년 수만명의 북한 어린이들이 극심한 영양부족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유엔의 ‘2011 인간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5세 미만 어린이 절반이 심각한 발육부진 상태이며, 5명 가운데 2명은 체력저하 상태로 나타났고, 45%가 국제 기준 권장 키보다 훨씬 작다. 그런데도 남한에서 주겠다는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거부하는 북한 정권을 보면 가슴 답답함을 넘어 분노까지 치민다.

재갈이 물려 “수령의 무능한 정치로 우리는 굶주린다. 노동당은 우리에게 쌀을 달라”는 인간 생존의 기본적인 말조차 못하는 북한 주민들이다. 하면 그들의 속마음은 “누구든 우리에게 먹을 것을 좀 달라. 죽어가는 어린 생명들이 불쌍하다”는 소리인데 그들의 처절한 외침을 우리가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잠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는 순수한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절규하는데 이를 못 들은 체하는 우리가 과연 한 동포일까? 그러고도 통일이 되면 함께 살겠다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맞는가?

엄마 품에서 고귀한 생명으로 태어나 보니 춥고 배고픈 세상이었고, 국가와 사회에 순종하며 살다 보니 그것이 행복이고 숙명인줄 아는 북한 어린이들이다. 빈곤한 사회의 가장 약자들인 그들의 굶주림을 이념의 장막에 가려 못 보는 것 같다.

북한 어린이도 우리의 미래다. 무능한 노동당과 잔인한 김정은 정권을 무시하고, 헐벗고 굶주리는 불쌍한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정부가 성탄절 북녘 하늘에 초코파이를 뿌리면 어떨까.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나라의 어린이도 도와주는 판에 동포를 못 도울 이유가 있을까.

대형 풍선에 담아 보내는 간식꾸러미에 이런 문구를 써서 사랑을 표현하면 어떨까. ‘사랑하는 북녘 어린이 여러분! 이것은 남녘의 친구들이 보내는 사탕과자인데 절대 안심하고 드십시오. 우리는 당신들을 조금도 미워하지 않습니다. 어려워도 힘을 내서 일어서십시오. 대한민국이 응원합니다.’

림일 (탈북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