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도 개혁 위한 경쟁체제 본격 논의해야
입력 2013-12-24 02:42
양 노총은 파업 아닌 당사자간 대화 중재를
철도노조 파업이 15일째 이어지면서 정부와 노조의 대립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노총은 23일 박근혜정권 퇴진운동 전개와 총파업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긴급 대표자회의를 열고 앞으로 노정대화기구에 불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총파업이나 연대 파업을 벌일 때가 아니다. 철도산업 개혁은 어떻게든 추진해야 할 과제이고, 필요하다면 그 방법론을 놓고 대화를 해야 할 것이지, 철도 민영화여부를 놓고 온 나라가 두 진영으로 나뉘어 다른 시급한 국정과제들의 발목마저 잡는 것은 정말 큰일이다.
박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신설될 수서발 KTX 자회사가 민영화가 아니라고 잇달아 강조했지만, 철도노조는 믿지 않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공기업이, 공공부문이 운영하기 부족한 경우에 민간이 들어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철도 민영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현 부총리는 “현 정부는 (철도 민영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뒤늦게 발언을 정정했다. 그러나 이 해프닝은 노·정간 불신의 벽이 높다는 점만 부각시켰다.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의 명분을 철도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민영화 저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조는 코레일의 독점 체제를 지킴으로써 지금 누리는 고용안정과 임금 및 복지 수준에 닥칠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더 확실한 의도로 보인다. 코레일 사측은 당초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에 부정적 입장이었으나 찬성으로 돌아섰다. 자회사가 생기면 임원 수도, 승진 기회도 늘어난다.
정부는 17조원에 이르는 코레일의 부채를 줄이고, 방만한 경영을 개혁하기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출발역이 다를 뿐 기존 KTX와 노선이 거의 같은 KTX 자회사가 어떻게 경쟁을 촉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 강남에 사는 사람이 서비스가 더 좋다고 해서 서울역에서 KTX를 타겠는가. 결국 정부의 목표는 코레일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어야 한다. 철도노조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 숙제를 불법파업으로 저지해서는 안 된다.
코레일 노사는 그간 구조조정 목표와 각 연도별 경영목표를 제대로 달성한 적이 없다. 인원을 일부 줄이고 손실규모를 축소했다고 하지만, 노와 사는 적당한 타협으로 근본적 개혁을 외면해 왔다. 노조가 자회사 설립을 통한 경쟁체제 도입방안이 답이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내부의 비교경쟁만 가능한 사업부제의 더 정교한 수정안이나 더 효율적인 제3의 구조조정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인력을 대폭 줄이든, 근로시간과 임금을 감축하든 둘 중 하나는 불가피하다. 양 노총은 정부와 코레일 노사를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중재역할을 해야 한다. 야당이 제의한 사회적 대화기구에서의 논의보다 당사자들부터 솔직하게 진짜 현안을 터놓고 말해야 한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마당에 철도개혁을 흐지부지할 수는 없다. 이제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