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기부왕 조명자 할머니 “더 못 드려 미안해요”
입력 2013-12-24 01:32
“더 많이 드리고 싶은데 내 형편이 그렇지 못해 미안합니다.”
조명자(71·사진) 할머니는 23일 이렇게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조 할머니는 아름다운재단의 ‘장수 기부왕’이다. 2000년 11월 이후 2009년 뇌출혈로 쓰러졌던 때를 제외하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월 1만원씩 꼬박꼬박 후원금을 냈다. 후원금 입금 누적횟수는 145회나 된다.
조 할머니는 7년째 폐지를 주워 생활하고 있다. 예전에는 미장일 등을 했지만 남편이 앓아누운 후 생계를 책임지게 됐다. 할머니의 수입은 사흘에 1만5000원 남짓. 한 달에 20만원이 채 안 된다. 이 돈으로 남편의 약값과 협심증 치료비도 내야 한다. 1남2녀가 있지만 형편이 어려워 도움을 못 받고 있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기부하는 이유를 조 할머니는 “이상하게 평생 성공 한 번 못하고 늘 어렵게 살았지만 나이를 먹으니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생각나더라”고 설명했다.
‘기부왕’에 오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가정형편이 계속 나빠지면서 지난 3월 할머니는 결국 기부금을 절반으로 줄이기도 했다. 조 할머니는 “많이 망설였지만 기부를 끊을 수는 없어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근 할머니의 근심은 더 늘었다. 월 20만원의 수입이 들어오던 독거노인 돌봄 일자리 활동기간이 이달로 끝나기 때문이다.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면서 칼바람을 맞으며 손수레를 끌고 나가는 일도 걱정이다.
조 할머니는 “건강해야 계속 남을 도울 수 있고 남의 신세를 덜 진다. 없는 사람들이 잘살 수 있게 경기가 좀 풀렸으면 좋겠다”며 새해 소망을 밝혔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