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손실 큰 ‘컨틴전시보험’ 꺼린다

입력 2013-12-24 01:31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당일 구매 금액을 전부 돌려 드립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국내 한 홈쇼핑 회사에서 내건 크리스마스 이벤트다. 만약에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린다면 그날 어떠한 상품을 구매해도 공짜로 준다는 의미다.

서울에 사는 윤정희씨는 “정말 그날 눈이 내린다면 그 기업은 상당히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데 마케팅을 위해 이벤트를 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기업측면에서 큰 리스크를 안고 왜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말 크리스마스에 눈이 온다 해도 해당 기업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업은 보험사에 미리 보험료를 지불하고 ‘컨틴전시보험’을 가입해 놓기 때문이다.

컨틴전시보험(Contingency Insurance)은 특정한 사건, 즉 날씨, 온도, 경기결과, 행사 등을 전제로 예정된 사건이 현실화 됐을 때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만약 크리스마스 당일 눈이 와서 상금이나 경품을 지급하게 되면 기업은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큰 손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삼성화재,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등 대부분의 손보사에서 컨틴전시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점점 사라지는 컨틴전시보험= 하지만 해가 갈수록 컨틴전시보험 계약건수는 줄어들고 있다.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줄고 있고, 보험사 측면에서도 위험률 측정이 힘들어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어 꺼려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과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으레 대규모 이벤트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할인행사 등에 국한돼 있다. 또한 위험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보험사가 계약을 유치하는 데도 소극적이다. 보험사별로 매년 10∼50건의 계약을 받는데 그 정도 통계로 각 계약의 위험률을 계산하기는 불충분하다. 실례로 2002년 월드컵 당시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덕분에 총 보험료 60억원을 받아놨던 보험사들은 컨틴전시보험을 든 기업들에 무려 173억원을 지불해야 했다.

◇높은 위험률에 사행성 조장 우려도= 손보사 관계자는 “컨틴전시보험은 사업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이라 확률적으로 따질 수 없는 위험률 부분이라든지 기업의 도덕성 부분이 문제시 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사도 계약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당국에서도 사회적으로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컨틴전시보험을 권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업이 들이는 노력에 비해 지나치게 상품 규모가 큰 행사를 남발하면 자칫 요행이 당연시 되는 풍토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컨틴전시보험을 권장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국 쿠키뉴스 기자 jkkim@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