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이브의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 앞 초대형 트리, 이-팔 갈등 녹일 평화의 불 밝혀
입력 2013-12-24 02:30
성탄을 앞둔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 앞에는 초대형 트리가 일찌감치 세워졌다. 교회 앞 광장에는 24일 저녁(현지시간)에 열릴 콘서트를 위해 무대가 설치됐다. 예수탄생교회 앞에는 고급 관광버스가 몰려들었다. 기독교인이자 최초의 여성 베들레헴 시장인 베라 바분씨는 “예수 그리스도가 전한 평화의 메시지를 되살리려면 이 도시가 되살아나야 한다”며 더 많은 순례객들이 이곳을 찾길 희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순례객들은 예수탄생교회만 잠시 둘러보고는 다시 버스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가버렸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지난 10일 광장 무대에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아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베들레헴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아직 어둡고 추운데도 베들레헴 외곽 이스라엘이 세운 장벽 근처 체크포인트300 검문소 앞에는 택시와 버스가 뒤엉켜 있었다. 10m 높이의 거대한 장벽 앞으로 신새벽부터 수백명이 몰려들었다. 이곳에는 이스라엘 지역으로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하루 평균 2000명 정도 온다. 일찍 나가야 날품팔이라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새벽을 깨우며 움직인다.
전 세계인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며 베들레헴을 그리는 성탄 시즌이지만, 이곳의 밤은 고요하지도 않았고 거룩하지도 않았다. 베들레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첨예한 갈등과 상업화된 관광산업으로 몸살을 겪고 있었다. 역설적으로 2000년 전 아기 예수가 전한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땅이 됐다.
지난 9일 저녁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으로 가는 21번 버스 안. 기자는 어두운 조명 아래 하루의 벌이를 끝낸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꾸벅꾸벅 졸며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검문소에 다다랐을 때 2명의 이스라엘 군인이 버스에 올라와 예루살렘 통행증이 없는 팔레스타인 청년 2명을 찾아냈다. 군인들은 팔레스타인 청년을 버스에서 끌어내렸다. 예루살렘에서 철물점을 하는 나빌 코리씨는 “저 두 사람은 오늘 집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베들레헴의 집에서 두 청년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뜬눈으로 이날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베들레헴=글·사진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