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아이따족 누가복음 출간한 박철환 선교사 “성경이 우릴 변화시켰듯 그들 역사도 바꿀 것”
입력 2013-12-24 01:31
“한국교회의 폭발적인 성장은 성경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1885년 조선에 선교사가 입국하기 전 조선땅에는 이미 한국어 성경이 있었습니다. 한글 성경은 문맹을 퇴치하고 민중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 아이따족 성경도 같은 역할을 하리라 믿습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소속 박철환(54) 선교사는 2004년 필리핀 루손섬에 파송돼 현지에서 신학교 운영 및 급식 사역을 펼치며 아이따족 성경을 번역·보급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아이따족 누가복음 성경 출간예배를 드린 박 선교사는 23일 인터뷰에서 “성경번역이 조선민중을 변화시켰듯 아이따족의 역사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따족은 7개 부족으로 구성돼 있는데, 피나투보산 속에서 원시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필리핀 내에서도 천민 취급을 받습니다. 대략 25만명으로 추산되며 25∼50명씩 군집생활을 합니다. 그들과 수년간 대나무 밑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어느 날 문득 아무도 성경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알고 보니 자기네 말로 된 성경조차 없었던 겁니다. 무척 놀랐습니다.”
박 선교사의 성경번역 사업은 2007년 시작됐다. 아이따족은 문자가 없기 때문에 우선 발음을 따갈로어로 옮겨 적는다. 2010년 마가복음을 처음 번역했으며, 3년 만에 누가복음이 빛을 보게 됐다. 현재 사도행전 번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는 “전문지식은 없었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작정 뛰어들었는데 하나님이 미국 위클리프성경번역선교회 활동 경험이 있는 평신도 선교사 로저스톤(42)씨를 만나게 해주셨다”면서 “1개월에 한 번씩 15명의 아이따족 성경번역위원들과 수련회를 갖고 번역작업을 하는데 로저스톤과 필리핀성서공회의 감수를 거쳐 성경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경번역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이따족이 모르는 용어를 그들의 말로 표현하는 것이었다”면서 “일례로 그들은 산에서만 살다 보니 한번도 바다를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바다를 ‘끝이 안 보이는 큰 호수’로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번역성경은 ‘하늘뜨락’이라는 출판사의 도움으로 제작됐다. 이번에 출간된 성경 3000부는 정부가 세운 학교의 공식 교재로 사용된다. “아이따족 언어로 된 책은 성경이 유일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책도 성경뿐입니다. 산속 마을마다 성경이 보급되고 자연스럽게 복음에 젖어 들어가는 그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성경이 보급되는 걸 보니 하나님이 정말 아이따족을 사랑 하시는가 봅니다”
김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