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은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느라 바쁜 고객들 사이에서 한 성악가의 캐럴이 울려 퍼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성악가를 쳐다보고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성악가 옆으로 길게 늘어서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를 부른다. 이어 고객들도 캐럴과 율동에 참여하고 휴대전화로 촬영을 하는 등 시장은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이 동영상은 23일 오후 현재 4200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플래시몹을 마친 성도들은 그 자리에서 장을 봤다. 일주일 내내 대형 마트 등을 가지 않고 이날을 위해 기다려왔던 것이다. 이들은 될 수 있는 한 많은 물건과 음식을 샀다. 친환경 장바구니가 터질만큼 가득 장을 본 성도들도 적지 않았다. 날씨만큼이나 추워진 시장 상인들의 마음을 위로하기엔 고작 노래 몇 소절로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 50대 시장 상인은 “대형마트에 밀려 전통시장의 판매 실적이 저조한데 교회가 이렇게 우리 물건을 많이 사주니 고마워 눈물이 난다”며 “이것이 교회가 말하는 성탄절의 진정한 이웃 사랑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영상을 보고 있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 지네요” “이웃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멋있습니다”라는 글을 유튜브에 남겼다.
프로그램을 끝낸 성도들은 더 행복해 했다. 정경자 집사는 “따끈한 어묵 국물에 몸을 녹이고 싸고 좋은 물건들을 사는 동안 선물을 주러갔던 우리는 전통시장의 ‘정’(情)을 선물로 받았다”며 “역시 따뜻한 마음은 나눌 때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도들은 내년 2월에도 시장 앞에서 마임, 워십 등 다양한 거리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성만교회는 지난해에도 서울역 로비에서 원천교회 제자교회 성광교회 성안교회 등 5개 교회와 함께 ‘캐럴 플래시몹’을 제작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찬용 목사는 “성탄절 날 우리만 즐거운 것은 의미가 없다”며 “우리만 즐거워하라고 예수님이 오신 것은 아니다. 예수님이 오신 이 기쁜 날을 추위 속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우리의 이웃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이 목사는 “전통시장에도, 당신에게도, 우리에게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성탄 메시지를 전했다.
부천=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