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정병석] 생태기술 활용한 녹색성장
입력 2013-12-24 01:34
“블루 이코노미 혁신기술들은 자연친화적이고 낭비도 없어 지속가능하다”
경기도의 한 농부가 커피전문점에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수거해 버섯을 재배하고 있는데 가정에서도 손쉽게 따라 할 수 있게 버섯 재배 키트도 판매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커피 쓰레기를 버섯 재배에 활용하는 기술은 홍콩의 슈팅 창이라는 과학자가 개발한 것인데, 2010년에 군터 파울리가 낸 ‘블루 이코노미’에서 소개하여 국제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기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실제 실현되어 사업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세계 커피 생산량이 1년에 1200만t이 넘는데 커피 생두에서 직접 소비하는 부분은 0.2%에 불과할 뿐 나머지 99.8%가 쓰레기로 버려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올해 커피 수입액은 10월까지 5억 달러가 넘는다. 사상 최고였다는 2011년에는 커피 13만t을 수입하면서 7억2000만 달러를 지출했다. 우리나라도 매년 그렇게 많은 커피를 소비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나오는 막대한 찌꺼기를 생산적으로 재활용하자는 체계적인 논의는 들어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커피 찌꺼기를 탈취제, 화분의 거름, 미용 세안제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정도다.
군터 파울리의 ‘블루 이코노미’라는 혁신적인 책은 첨단 과학기술을 저탄소 녹색성장에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그는 10년 안에 100가지 새로운 기술로 1억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소개된 기술들은 이미 충분히 연구되어 미국 독일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실제 활용되고 있으며 이제는 실험실 수준의 기술이 아니라 바로 비즈니스 모델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군터 파울리는 이러한 기술들을 보급하면 농업 쓰레기로 인한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오히려 새로운 식량 생산을 촉진할 수 있어 환경 보호와 식량 증산, 일자리 창출 등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세계 지도자들의 모임인 로마클럽에 2009년 보고서로 제출돼 논의되기도 했다. 여기에서 가장 고용창출 능력이 큰 사업으로 제안된 것이 바로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버섯 재배와 뽕나무를 재배해 실크를 생산하는 아이디어다.
커피 찌꺼기가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재배에 매우 효과적이며 영지버섯 재배에도 좋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버섯은 기본적으로 곰팡이 같은 균류로서 목질 섬유소를 먹고 자라는데 커피 찌꺼기는 대부분 목질 섬유소로 되어 있다. 최종 소비 단계에서는 일정 시간 열로 볶고 추출해 내리는 단계에서 뜨거운 물로 살균까지 하게 되어 버섯 재배에 이용하면 추가 살균할 필요도 없이 바로 버섯 종균을 배양하는 데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농법으로 실크 생산을 위해 뽕나무 재배를 확대하면 천연실크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경제효과를 낼 수 있다. 뽕나무는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고 누에의 배설물 등 천연비료를 생산해 뽕나무 재배 지역이 비옥한 땅으로 탈바꿈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토지의 지력을 회복하며 뽕나무 재배, 실크 생산 기타 관련 산업에서 많은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생산한다. 또한 뽕나무는 잎, 줄기, 뿌리, 열매가 모두 약재로도 쓰이는 아주 유익한 식물이다.
블루 이코노미에서 제안하는 혁신 기술들은 생태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들이면서 자연친화적이고 낭비도 없어 지속가능하다는 것이다. 얼룩말의 흰 줄무늬와 검은 줄무늬 위의 온도가 다르다는 것을 응용한 건물외벽 도색 기술은 표면온도를 낮추어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낸다. 흰개미의 집 구조를 연구해 적절한 통풍 구조를 만들면 자연공기 순환으로 내부 온도와 습기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 이런 기술들은 현실 건축물에 활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군터 파울리가 제안한 블루 이코노미는 환경 보호, 자원 재활용에 더하여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용창출이라는 다각적인 효과를 도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모음이다. 창조경제와 고용률 70%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는 지금 정부야말로 이런 과제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적극 육성해야 한다.
정병석 한양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