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작동음·수조량·먼지 확인창 통해 기능을 보여주자”… 요즘 가전업계 ‘시청각 디자인’ 총력

입력 2013-12-24 02:32


가전업계가 제품의 ‘시청각적 요소’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소비자들이 소음이 전혀 없는 것보다는 의외로 작동 소음이 적당히 들리는 기기를 좋아하고, 군더더기가 아예 없는 디자인보다는 좀 거추장스러워보여도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겉에 있으면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겨울철 필수 가전이 된 에어워셔(공기청정 및 가습 기능이 합해진 제품)의 경우 작동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소리를 들려주고 습도를 겉면에 보여주는 기능이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23일 “소음이 좀 있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돼 얼마 전 기계 작동 소리를 크게 줄인 제품을 내놓았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으니까 ‘제대로 작동되는 게 맞느냐’며 문의해오는 소비자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무음 기기보다 약간의 소음이 있는 기기에 더 안심하는 것이다.

시각적 요소도 마찬가지다. 에어워셔는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미세수분을 내보내기 때문에 수분이 기계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오히려 가습 기능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수조에 받아놓은 물의 양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는 창이 달린 제품이 잘 팔리고 있다.

여름철에 많이 팔렸던 제습기도 마찬가지였다. 소비자들이 제습기 기능 가운데 가장 흡족해했던 것은 기계가 흡수한 습기의 양을 직접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전자제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가습기를 틀어놓았을 때 담아놓은 물이 없어지면 공기 중에 수분이 있다고 믿게 되는 것처럼 소비자들은 제습기에 물이 가득 찬 게 보이기 때문에 성능을 더 신뢰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침구청소기도 마찬가지다. 일반청소기는 먼지통을 비우기 위해 분리하지 않으면 먼지의 양을 체감할 수 없는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먼지 확인창’이 부착된 침구청소기의 경우 기계를 사용할 때 침구에 얼마나 많은 먼지가 있었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주부들의 반응이 좋다. 주부 이정미(32)씨는 “먼지 확인창이 달린 침구청소기를 한번 써보니 내가 저런 먼지 속에서 아이를 재웠나 하는 생각이 들어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기능을 보여주고 작동음을 잘 들려주는 방향으로 제품을 연구, 출시하고 있다. 작동 모드에 따라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색이 바뀌거나 알림음이 달라지는 에어컨 등도 비슷한 맥락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