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여야, 2013년 안 반드시 통과 큰소리 치더니… 민생 살리기 ‘중점법안’ 해 넘길 판

입력 2013-12-24 01:37


여야가 올해 안 통과를 목표로 81개 민생 중점법안을 내세웠지만 지금까지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겨우 6개 법안뿐이다. 대부분 법안은 9월 정기국회는커녕 12월 임시국회에서조차 논의되지 못하면서 해를 넘길 조짐이다. 주요 현안에 대한 물밑협의가 없는 데다 국회 국정원개혁특위와 특검 도입 논란, 철도노조 파업으로 여야 대치가 일상화되면서 지도부 간의 협상 여지도 줄었기 때문이다.

◇여, “연내 처리 노력” VS 야, “정부·여당 의지가 없다”=23일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이 ‘경제 살리기’를 위해 선정한 중점법안 15개 가운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은 지방세법 개정안과 주택법 개정안 2개뿐이다.

당정은 ‘마지노선’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15개 법안은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현오석 부총리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관광진흥법 등 15개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하고 야당에 설명하고 대국민 홍보에 나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지난달 7일 ‘민생 살리기’ 법안 등 총 66개 법안을 우선처리 법안으로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은 국민연금법 등 4개뿐이다. 국회 본회의는 26일과 30일, 두 차례만 남은 상황이어서 상임위별 법안 심사는 24일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법안 심사를 제대로 할 시간도 없는 셈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협상 제안이 없는 탓이라는 입장이다. 지도부 핵심 의원은 “정부·여당은 통과시키고 싶은 법안이 없고, 오히려 야당이 많다. 여야가 바뀐 듯한 모습”이라며 “여당은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관광진흥법 외에는 뭘 어떻게 하자는 제안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박근혜정부 1년차’가 아니라 ‘이명박정부 6년차’ 같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연내 처리 노력’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핵심 당직자는 “상임위별로 연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일괄적으로 법안 처리가 지연된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 22일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원내 지도부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위와 특검, 철도파업까지 변수만 늘어=여야 지도부가 핵심 법안을 ‘빅딜’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지도부가 국정원개혁특위와 국가기관 선거개입에 대한 특검법안 등 지난 대선 때 불거진 문제를 수습하는 데 진력하면서 다른 법안들은 관심사 밖으로 밀려났다.

철도노조 파업도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해임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민주당이 2주가 다 된 철도파업 현안보고를 지금 받으면서 법안 심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새로운 협상문화에 여야가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직권상정이나 날치기 등으로 밀어붙이던 과거와 달리 선진화법 도입 이후 쟁점법안에 대해서는 여야 간 협의가 필수적”이라며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임성수 김동우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