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맞은 아키히토 日王… “태평양전쟁 가장 기억 남아”

입력 2013-12-24 01:33

아키히토 일왕이 23일 팔순을 맞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태평양전쟁을 꼽았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재위 중 팔순을 맞이하기는 아키히토 일왕 아버지인 히로히토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장수 순위에서도 역대 4번째라고 통신 등은 덧붙였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초등학교 시절 겪은 태평양전쟁을 꼽으면서 “전쟁에 의한 일본인 희생자는 약 310만명으로, 다양한 꿈을 갖고 살던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것을 생각하면 정말 참담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히로히토 일왕의 장남으로 1933년 태어난 그는 11세 때 일본의 패전을 지켜본 뒤 25세 때인 1959년 미치코 왕비와 결혼해 세 자녀를 낳았다. 1989년 히로히토 일왕이 사망한 뒤 즉위했다.

그는 “전후 일본은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소중한 것으로 삼아 다양한 개혁을 통해 오늘의 일본을 일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나이에 의한 제약을 받아들이고 가능한 역할을 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2003년 전립선암 수술, 지난해 2월 협심증에 따른 관상동맥 우회술 등을 받은 그는 이달 초 인도를 방문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05년에는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에 참배하기도 했다.

한국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그는 2007년 도쿄 지하철에서 일본인을 구하다 숨진 고 이수현씨 소재의 영화를 관람하고 한국 방문에도 의욕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오전 왕궁에서 시민들의 축하인사에 “여러분의 축하를 받게 돼 감사한다”면서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