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반군 핵심 유전지역 장악… 국제 유가 꿈틀

입력 2013-12-24 01:33


남수단 유혈사태 확산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반군이 주요 유전지역을 장악하고 정부군 사령관까지 투항하면서 내전 수준의 전면적 종족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자 아시아판에서 남수단 내 외국계 석유회사들이 일부 유전에서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업계 임원들의 전언을 보도했다. 유혈사태 이전 남수단에서 하루 평균 생산된 원유는 약 25만 배럴(1배럴=159ℓ)이다. 현재 공급이 정확히 얼마나 줄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이들 임원은 손실 규모가 아직은 크지 않지만 정부군과 반군 간 충돌이 고조되면 원유 공급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수단과 수단의 전체 석유매장량은 50억 배럴로 이 중 70%인 약 35억 배럴이 남수단에 있다.

한 임원은 “(원유) 손실 규모는 이번 주에 땅 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달렸다”며 “유전 근처에서 싸움이 계속되면 우리는 더 많은 유전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설과 직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원유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남수단 정부도 폭력사태가 확산되면 석유 관련 시설을 부분적으로 폐쇄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핵심 유전지대인 북부 유니티주(州)는 교전 끝에 반군에 점령된 상태다. 남수단 정부는 이 지역 정부군 사령관이 반군에 투항했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산유 지역인 남부 종글레이주 주도 보르와 파리앙 등도 반군 손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등 자국 기업을 이들 지역에서 철수시키고 있다. 유전이 닫히면 원유 공급량 감소로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국제 원유 시장은 남수단 사태 이전부터 아프리카발 공급 감소를 겪고 있다. 정부군과 지역 무장단체가 대결 중인 리비아에서 하루 최소 110만 배럴의 원유 생산량이 줄었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선 태업과 약탈로 하루 35만 배럴가량의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아프리카에서 끊긴 원유 공급량은 하루 평균 150만 배럴에 달한다. 셰일가스 개발 이후 미국의 전체 원유 생산량을 웃도는 규모라고 FT는 설명했다.

이달 들어 하락세를 보이던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남수단 유혈충돌이 발생한 지난 15일 이후 다시 들썩이고 있다. 국제거래소(ICE)에서 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20일 배럴당 111.77달러로 일주일 전인 13일보다 3% 이상 올랐다. 전 세계 기름값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폭등했다. 영국 런던 시티그룹의 원유 분석 담당 세이드 클레이먼은 공급 혼란 탓에 올해 유가가 상승세로 마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수단 유엔평화유지군은 민간인 보호를 위해 반군이 장악한 파리앙과 보르 등에 추가 병력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미국도 대사관 경비 등을 위해 군인 45명을 추가로 남수단에 파견할 계획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현지 대사관을 포함해 미국 시민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