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넘긴 철도파업] 與 최고위원회의 ‘정부 성토’

입력 2013-12-24 02:36

새누리당 지도부 회의가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을 비판하는 ‘성토의 장’이 돼 버렸다. 정부나 당의 공식 입장과 다른 것으로, 경찰이 사상 초유로 민주노총에 강제 진입한 후폭풍이 당 일각에서 지도부로까지 확산되는 형국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온 전략도 없고,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며 파업에 대응하는 정부 방침에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당에서 반대하는 사안마다 강경 일변도로 밀어붙이니 도대체 당이 어떻게 뒷감당을 하라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이 진입에 나섰으면 노조 지도부를 검거라도 했어야 하는데 그마저 실패했다며 깔끔하지 못한 뒤처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평소 박근혜정부의 정책 방향에 줄곧 방어적인 기조로 일관했던 이 관계자가 철도노조 대응기조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강력 비판하자 최고위 분위기가 술렁였다. 참석했던 한 당직자는 “정부의 연이은 정책적 오판에 대해 누적됐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 같았다”며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회의 기류가 바뀌자 공개 발언 당시 정부 방침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던 다른 고위 관계자도 입장을 바꿔 정부 인사를 한 명씩 거론하며 책임론에 가담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도마에 올랐다. 현 부총리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바로잡겠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낸 데 이어 ‘민영화 암시’ 발언까지 내뱉어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노동 문제의 문외한이 나서서 일을 더 그르쳤다”며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판한 데 이어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서는 “어디 숨었는지 코빼기도 안 비쳤다”며 맹비난했다.

여야는 수서발 KTX자회사를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정부 약속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를 두고 엇갈린 해법을 내놨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가 철도 민영화를 하지 않기로 다짐하는 공동결의를 합의 처리함으로써 이 문제를 매듭짓자”고 제안했다. 반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한 대통령과 정부의 말이 진실이라면 법에 민영화를 방지하는 조항을 명시하는 것으로 하루속히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지혜 유동근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