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넘긴 철도파업] 몸싸움 혼란 틈타 빠져나갔나… 철도노조 지도부 증발 미스터리

입력 2013-12-24 02:37

경찰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사라진 철도노조 지도부는 어디에 있을까.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이들의 피신 방법과 행방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흔적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23일 “김명환 위원장을 포함한 모든 지도부가 안전하게 피신해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경찰의 민주노총 본부 강제 진입이 마무리돼 가던 22일 오후 8시쯤 조합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지도부는 무사히 피신했다”고 알렸고, 민주노총은 “지도부가 강제 진입 직전에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옥의 민주노총 본부에서 취재진에게 목격됐다. 노동계의 말을 종합하면 철도노조 지도부는 이 건물 13∼16층 민주노총 본부에 머물다 22일 새벽, 또는 20일 오후∼22일 새벽 사이 건물을 빠져나가 모처에 은신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17일부터 경향신문사옥 주변에 2개 중대 병력을 배치하고 벌여온 검문검색을 뚫고 나간 셈이다.

그러나 경찰은 철도노조 지도부가 진입 작전 개시 이후에 빠져나갔거나 아직 건물에 남아 있을 것으로 본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노총에 체포영장을 제시한 22일 오전 9시40분에도 지도부가 건물 안에 있다고 확신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민주노총과 경향신문사라는 큰 부담이 있는데 없다고 생각했으면 절대로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벽에 미리 빠져나가진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진입 작전 중에 빠져나갔거나 건물에 아직 은신해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지금도 건물 주변에 경찰병력을 배치해 뒀다”고 말했다.

이날 경향신문사 주변에는 철도노조 지도부 9명의 얼굴사진을 든 경찰 30여명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2인1조로 경향신문사 건물에서 나오는 이들의 얼굴을 살피며 사진과 대조했다.

이밖에 경찰이 민주노총 사무실(13∼16층)을 주로 수색했기 때문에 다른 층에 숨었다가 혼란을 틈타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숨기고 도망가는 일은 여러 번 해 봐서 많은 방법을 알고 있다”며 “혼란한 몸싸움 중에 나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이도경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