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선정수] 勞·政 대립에… 노동부, 세종시대 첫날부터 뭇매

입력 2013-12-24 01:42


고용노동부가 28년 과천시대를 마감하고 23일 세종시대를 열었지만 노동부 직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날 업무 개시를 기념하는 노동부 신청사 개청식을 열 계획이었지만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전날 경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하면서 노·정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후폭풍을 맞은 것이다. 이날 야당 의원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소집해 방하남 장관이 국회 참석차 세종시를 비웠고 개청식에 앞서 예정됐던 문진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과의 3자 회동도 무산됐다. 노동부는 이 회동에서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의 후속조치로 임금체계 개편 작업에 대한 노사의 협조를 구하려고 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게다가 한국노총은 이날 긴급 회원조합대표자회의를 소집해 노·사·정 대화 탈퇴를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이미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마지막 남은 노·사·정 대화 파트너를 잃어버린 셈이다. 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산적한 노동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절실한 노·사·정 대화는 사실상 무기한 중단됐다.

국회 환노위에 참석한 방 장관은 의원들의 빗발치는 질타에 진땀을 흘렸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은 노동부의 ‘역할 부재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세종시 첫날을 맞이한 노동부로서는 정신이 얼얼할 정도로 뭇매를 맞은 셈이다.

정부는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노동부의 물밑 조정 부재는 아쉬움을 남긴다. 노사 상생을 위한 대화와 타협의 기본은 상대방의 말을 듣는 일이다. 세종시 이전으로 노동부는 주요 노사 갈등 현장에서 물리적으로 멀어졌다. 멀어진 만큼 배전의 노력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위로 전해야 최악의 노·정 관계에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선정수 경제부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