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툭하면 앓는 회장… 골머리 앓는 檢
입력 2013-12-24 02:38
“아프다고 병원에 누운 사람을 우리가 낫게 할 수도 없고…고민이다.”
한 검찰 간부는 조석래(78) 효성그룹 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 검찰이 대기업 총수를 수개월간 수사한 끝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반려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법원은 여러 사유를 들었지만 검찰은 조 회장이 고령인 데다 병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정상이 참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연령·지병이 중요 기각 사유라면 수사를 통해 어찌 해 볼 부분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조 회장은 심장 부정맥 악화 등으로 지난 10월 30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지난달 14일 퇴원했지만 지난 5일부터 다시 입원했다. 조 회장 측은 지난 1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때도 “수감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석채(68) KT 전 회장은 휴일인 지난 22일 분당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3차 소환 조사가 예정된 날이었다. 이 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병원 입원 치료로 검찰 출석이 어렵다’는 문자메시지를 검찰에 보냈다. KT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두통과 복통을 호소해 22일 오전 7시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혈압과 혈당이 높아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료진 의견에 따라 입원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이 ‘피의자 회장님’들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 주치의 소견서는 일종의 보호막 노릇을 한다. 수사 또는 재판이 진행 중인 대기업 회장들이 줄줄이 ‘위중한 병세’를 내세워 병원으로 가다 보니 현재 수감 중인 이는 SK 최태원(53) 회장 형제 정도만 있는 상황이다. 이재현(53) CJ그룹 회장은 23일 오전 2차 공판에 눈을 제외한 몸 전체를 꽁꽁 싸매고 휠체어를 탄 채 출석했다. 지난 17일 첫 재판 때는 지팡이를 짚고 나왔었다. 이 회장 변호인은 이날 ‘1차 재판 이후 바이러스 수치가 더 높아졌다’는 주치의 소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구속 기소됐지만 그 다음달 신장 이식수술을 위해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10월 말 퇴원했다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열흘 만에 재입원했다. 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1월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진 이래 4차례 기간을 연장해 현재도 서울대병원에 머물고 있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