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쇼핑몰서 맘껏 긁으면 각종 혜택 드려요”… 외화낭비 부채질하는 카드사

입력 2013-12-24 01:52


연말 해외여행과 온라인 쇼핑몰 통한 상품 직접구매(해외직구)가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신용카드 업계의 홍보전이 한창이다. 이른바 ‘해외직구족’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지만 외화낭비는 물론 국내 내수경기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말 ‘박싱데이(크리스마스 다음날)’ 세일을 앞두고 신용카드사들이 해외직구족을 공략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신한카드, 국민카드는 아마존, 6PM, 갭, 짐보리 등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10만원 이상 결제 고객에게 한시적으로 캐시백 혜택을 준다. 현대카드, 롯데카드는 카드 고객이 해외 쇼핑몰에서 구매할 경우 결제금액에 따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삼성카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응모한 뒤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명품 가방을 경품으로 제공한다. 우리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배송비 할인쿠폰까지 주고 있다.

카드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해외직구족이 크게 는 데다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날)’ 때 위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대규모 세일 기간(11월 25일∼12월 1일)에 신한카드를 이용해 해외직구에 나선 이용자는 3만7000명으로 지난해(2만7000명)에 비해 1만명 정도가 늘었다. 이용액은 55억원에서 68억원으로 23.6%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국외 소비지출도 6조4938억원으로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2분기(5조8381억원)보다도 11.2%나 증가한 것으로 해외직구가 크게 늘어난 것이 주 원인이다.

반품이나 교환이 어렵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해외직구족이 느는 것은 해외여행이나 해외생활 경험자가 많아진 데다 해외 쇼핑몰 이용이 편리해지고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대한상공회의소의 ‘해외직접구매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해외직구 선호의 가장 큰 이유로 국내보다 싼 가격(67%)을 들었다.

문제는 해외직구가 계속 늘 경우 내수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외 소비의 대부분은 해외여행에서 발생했지만 앞으로는 ‘안방에서 클릭 몇 번’으로 제품 구매가 가능해짐에 따라 국내 유통업계뿐 아니라 제조업체까지 위협받게 됐다. ‘국내 소비 회복→기업 생산과 투자 증가’라는 경기 선순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종 혜택으로 해외구매를 조장하고 있는 카드사들의 경쟁이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 중 하나가 내수 취약”이라며 “해외 구매 증가로 소비에 의한 경제 선순환 구조가 깨지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