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0대 추상화가의 힘… 블루칩 서양화가 이강욱, 글로벌 시장서 완판 행진
입력 2013-12-24 01:33
영국에서 활동하는 서양화가 이강욱(37·사진) 작가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솔드아웃(매진)을 기록했다. 싱가포르의 아트 온 갤러리에서 지난 9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전시에서 출품작 40여점을 완판(완전판매)하고 20여점을 추가 주문까지 받았다. 국내외 전시 때마다 호평과 함께 대박을 터뜨려 스타작가로 우뚝 솟은 그를 23일 서울 서교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싱가포르 전시를 마치고 잠깐 귀국한 그는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지난해 이 화랑의 그룹전에 100호짜리 4점을 출품했는데, 개막식 때 다 팔렸거든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요. 싱가포르는 미술문화의 수준과 상황, 안목과 시스템은 낮은 편이지만 금융자본과 상업적인 경기는 호황이에요.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아우르는 동남아시아의 미술 허브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가 솔드아웃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에서 16차례 개인전을 가진 그는 2005년과 2007년 일본 도쿄 개인전,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2007년 스페인 아르코아트페어에서 각각 작품을 전부 판매했다. 2004년 국내 상업화랑 첫 개인전 때도 전시작품이 전부 팔려나가 ‘젊은 블루칩 작가’로 평가받기도 했다.
인기 비결은 뭘까. “글쎄요. 제 작품을 많이 구입한 미술계의 큰손 한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젊은 작가 대부분이 사진 같은 극사실주의 작품이나 예쁜 꽃 또는 만화 그림을 주로 그리는데, 시류를 좇지 않고 추상화를 그리는 게 좋다고요.” 그는 세포나 미립자처럼 미시세계의 작은 공간을 화면에 옮겨 우주 등 거시세계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Invisible Space’(보이지 않는 우주) 시리즈를 작업한다.
홍익대 회화과를 나온 작가는 2002년 중앙미술대전 대상과 동아미술대전 대상을 받았다. 당시 25세로 역대 최연소 대상 수상 작가였다. 2007년 MBC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소품으로 그림이 걸릴 정도로 주목받은 작가는 그러나 2009년 영국행을 선택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유럽 현대미술의 중심지에서 미술공부를 새롭게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첼시 아트&디자인대학에서 석사과정, 이스트런던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그는 지난해 런던올림픽 기간 중 런던 중심가 아시아 하우스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어 갈채를 받았다. 현미경을 통해 살펴본 세포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우주 공간을 연상시키는 작품과 최근 5년간 영국에서 새롭게 작업한 컬러풀한 추상회화를 선보여 유럽에 ‘K아트’를 전파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앞으로도 전시 계획이 줄줄이 잡혀 있다. 내년 1월 국내 기획전에 참가한 뒤 4월에는 이우환 화백이 활동하고 있는 일본 도쿄화랑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5∼6월 싱가포르에서 ‘한국의 추상회화’ 기획전과 런던 전시, 하반기 대규모 국내 미술관 전시도 추진 중이다. 국내 미술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가운데 벌이는 그의 글로벌 행보와 대박소식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